지난 주말 아침 서울역에서 KTX를 탔습니다. 집을 나설 때 동네 길가의 벚꽃들이 피기 시작한 걸 보면서 ‘이제 봄같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차장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은 남쪽으로 갈수록 신록을 더해갔고, 봄이 한참 전에 와 있었지요.

경기도를 벗어나자 활짝 핀 진달래들이 눈에 들어왔고, 울산역에 내려 통도사로 가는 길엔 하얗게 핀 배꽃이 마치 설경같았습니다. 아, 그리고 통도사 극락암의 왕벚꽃은 어찌 그리 탐스럽고 흐드러지게 피었던지요? 여느 벚꽃은 이제 지기 시작했는데 뭉텅뭉텅 피어난 왕벚꽃은 봄을 떠나기 아쉬웠던 모양입니다.

봄은 벌써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도시의 콘크리트 틈새에도, 조그만 텃밭에도, 먼산에도 봄의 전령이 꽃 장식을 마쳤습니다. 1년 만에 찾아온 봄, 그러나 눈길을 주지 않으면 금세 가버립니다. 전국에서 벌어지는 봄의 축제로 떠나보세요. 봄을 즐길 수 있을 때 봄은 여러분의 것일 테니까요.


◆튤립·진달래·철쭉…줄잇는 꽃축제

전국이 꽃 세상이다. 에버랜드에선 튤립축제가 한창이고 충남 태안군 남면 신온리 일대에선 튤립꽃박람회가 오는 22일부터 내달 8일까지 열린다. 사람 손으로 가꾼 꽃도 예쁘지만 더욱 감동적인 것은 자연이 만든 꽃 축제다. 이번 주말쯤 벚꽃이 지고 나면 진달래가 바통을 이어받고 그 다음엔 철쭉이 등장한다.

오는 20일부터 내달 4일까지 인천 강화군 하점면 고려산 일원에선 강화군이 주최하는 ‘고려산 진달래축제(ghfestival.com)’가 열린다. 해발 436m의 강화 고려산은 이 즈음 정상에서 능선 북사면을 따라 낙조봉까지 4㎞에 걸쳐 약 66만㎡의 분홍빛 진달래 꽃밭으로 수놓아진다. 등산로 입구와 고인돌 광장에선 강화 농특산물과 친환경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소규모 장터가 운영된다. 강화군 문화예술과 (032)930-3623

오는 21~22일엔 두견주로 유명한 충남 당진군 면천읍성 앞 진달래동산에서 ‘2012 면천진달래민속축제(jindalae.co.kr)’가 개최된다. 면천은 특히 중요무형문화재 제86호 면천 두견주가 전해오는 곳이어서 진달래에 얽힌 민속놀이·설화·속담, 문학, 진달래술과 화전 등 다양한 이야기와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축제다. 축제위원회 사무소 (041)356-3848

또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전북 남원시 운봉읍 바래봉 일대에선 제18회 ‘지리산 바래봉 철쭉제’가 열린다. 바래봉을 중심으로 세걸산까지 약 3.5㎞에 걸쳐 만개한 철쭉군락이 장관을 연출한다. 매년 철쭉을 보러 전국에서 50만여명의 인파가 몰려든다. 남원시 문화관광과 (063)620-6179

◆고래·차·보리…이야기가 있는 테마축제

요즘 울산의 최대 화제는 고래다. 오는 26~29일 장생포와 태화강 일대에서 열리는 ‘2012 울산고래축제’를 앞두고 있어서다. 4~6월에는 참돌고래와 밍크고래 등 고래떼의 출현이 잦다. 고래여행선을 타고 귀신고래 회유해면을 3시간 정도 달리다 보면 고래떼를 만날 수도 있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과 개그맨 강성범, 울산 시민이 참여하는 창작 고래 뮤지컬, 선사시대 고래잡이 모습을 재연하는 멀티미디어 수상쇼, 춤추는 고래퍼포먼스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경남 하동군 화계면, 악양면 일대에선 내달 2~6일 제17회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festival.hadong.go.kr)가 열려 싱그런 5월의 꽃향기보다 진한 차향기를 선사한다. 이름만으로도 가고 싶어지는 섬진강 달빛차회를 비롯해 야생차잎 따기 체험, 녹차요리 콘테스트, 차 품평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전북 김제 고창 군산에선 보리축제가 꼬리를 문다. 오는 21일 전북 고창군 공음면 학원관광농원에서는 고창 청보리밭축제(chungbori.gochang.go.kr)가 개막돼 다음달 13일까지 계속된다.(063)564-9897

다음달 5일 김제시 성덕면 남포들녘 일원에서는 ‘2012 남포들녘 보리문화축제’가 열려 들녘보리 비빔밥 체험, 보리 인절미 떡메치기 체험, 보리 개떡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063)545-4343

내달 2~6일 군산시 미성문화마을길 일원에서 열리는 제7회 군산꽁당보리축제(gunsanbori.co.kr)는 군산의 대표적인 농업축제다. 군산은 건강식품인 흰찰쌀보리 전국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곳. ‘꽁당보리 아줌마 선발대회’와 세대를 넘나드는 ‘올드앤뉴 퀴즈열전’, 농기계 발전상황을 보여주는 ‘과거와 현재의 농기계 전시회’ 등 30여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063)450-3081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