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16일 오후4시19분 보도



삼성그룹과 전자 계열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삼성전자 출신이 맡고 있는 것에 비해 금융 계열사 CFO는 대부분 삼성생명 출신이다. 삼성물산 출신도 물산과 일부 계열사에서 활약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주력사가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생명, 삼성물산이란 점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증권의 CFO는 닮은 꼴이다. 모두 1980년대 삼성생명 자산운용으로 입사한 인재들이다.

삼성생명의 CFO인 김남수 경영지원실장(전무)은 강원도 동해 출신으로 여의도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주로 자산운용에서 일했다. 그룹 기획팀에서 오래 근무한 뒤 2008년 삼성생명으로 돌아와 전사리스크매니지먼트(RM), 자산포트폴리오운용에서 주특기를 발휘해왔다. 금융위기 이후 160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안정적으로 재편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삼성화재의 전용배 부사장도 삼성생명 출신이다. 경기 평택 출신으로 한광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삼성생명 자산운용 부문에서 경력을 쌓아오다가 1997년 그룹 재무팀 관재파트로 옮겨 김인주 삼성선물 사장과 함께 오래 일했다. 부하 직원에게도 하대를 하지 않을 정도로 예의가 바르다는 평이다.

삼성증권의 임영빈 전무는 손꼽히는 해외자산운용전문가다. 삼성생명 뉴욕투자법인장 등으로 10년 이상을 뉴욕에서 일했다. 2010년 삼성생명 CFO로서 상장을 성공시켰다. 작년 12월 삼성증권으로 옮겼다. 중동고, 한국외국어대,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원을 나왔다.

삼성카드 현성철 부사장은 제일합섬 경리부 출신이다. 대구고,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1983년 입사했다. 그룹 감사팀에서 10년 이상 일한 ‘감사통’으로 2009년부터 삼성SDI로 옮겨 구매팀장(전무) 등을 지냈다. 지난해 6월 삼성카드가 기프트카드 부정발급 사건에 휘말리자 새로운 CFO로 발탁됐다.

삼성물산의 CFO는 상영조 부사장이다. 청구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그룹에서 일한 경력이 길다. 그룹기획팀에서 대관 업무, 중장기 신사업 발굴 업무를 담당했다.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 밑에서 육현표 미래전략실 기획팀장과 쌍두마차를 이루다 지난해 말 함께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삼성물산으로 이동했다. 술을 입에 대지도 못하지만 사교성이 좋다는 평을 듣는다.

삼성물산엔 상 부사장 외에 건설, 상사 부문별로 CFO가 따로 있다. 상사 부문은 최신형 부사장(삼성전자 출신)이, 건설 부문은 이영호 전무(삼성SDI 출신)가 각각 맡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박주원 부사장이 CFO다. 서울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1977년 제일합섬 경리과로 입사해 그룹 비서실을 거쳐 1999년 삼성SDS로 옮겼다. 삼성SDS 경영지원팀장 미국법인장 등을 거쳐 2009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삼성중공업에서 4년째 근무하고 있다.

에버랜드 제일모직 제일기획 등 전자와 금융 외에 독립된 사업 영역을 가진 계열사들은 삼성전자 해외통들이 CFO로 활약하는 경우가 많다.

제일모직 이승구 전무는 성동고, 숭실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삼성전자 소속으로 일본삼성 관리부장, 중국삼성 사업운영팀장 등을 지냈다. 근무기간의 절반가량을 해외사업장 관리에 몸바쳤다. 첨단소재 및 패션사업 글로벌화의 특명을 받고 지난해 말 제일모직 CFO로 부임했다.

제일기획 박찬형 전무도 비슷하다. 춘천고,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나온 뒤 삼성전자 유럽 물류법인장 등 삼성전자 해외법인에서 재무 경력을 쌓았다. 제일기획이 글로벌화를 위해 그룹에 요청해 영입한 인물이다.

삼성에버랜드의 김지승 전무는 부평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삼성전자 IT솔루션사업부 지원팀장을 거쳤으며 구조본 재무팀에서도 일했다. 헝가리 포르투갈 등 유럽지역 주재원 경험도 있다. 차분하지만 끊고 맺음이 확실하다는 평가다.

호텔신라의 허병훈 전무는 삼성물산에서 출발해 그룹감사팀에서 8년을 일한 감사통이다. 경영진단(감사)을 한 뒤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데 뛰어나다는 평이다. 이부진 사장과 함께 호텔신라의 등기이사다.

에스원의 김능수 부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모교인 동지상고 출신이다. 신세계 경리과로 입사해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재무담당 이사, 경영지원실장(상무)을 지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김병묵 전무는 과장 때까지 국내 다른 기업에서 일하다 이직했다. 2005년 이후 급성장할 때 회사 안살림을 도맡아 발전시킨 공을 인정받고 있다. 사내에서 혁신전도사로 불린다. 대구 계성고, 영남대를 나왔다.

화학계열사 CFO는 대부분 화학사 내부에서 발탁된다. 이희인 삼성정밀화학 전무는 충남대 경영학과를 나와 1983년 입사했다. 삼성종합화학, 삼성아토피나, 삼성토탈 등에서 일하다 2010년부터 CFO를 맡고 있다.

삼성석유화학의 홍진수 전무는 입사 이후 삼성석유화학에서만 일해왔다. 프랑스 토탈과의 합작사인 삼성토탈은 CFO의 역할이 나눠져 있다. 박성훈 부사장이 경영지원실장을 맡고 있으나 재무·자금부문은 토탈에서 파견된 데이비드 롱 전무가 담당한다.

삼성 관계자는 “CFO는 화려하게 드러나진 않지만 모든 안살림을 챙기는 자리”라며 “재무, 감사팀 출신이 주로 CFO를 맡아 왔지만 최근 사업이 글로벌화되면서 삼성전자에서 해외사업지원을 해본 사람들이 발탁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