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보잉, 에어버스에도 몸값을 높일 수 있을 만큼 KAI가 성장했다. ”

김홍경 KAI(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사진)은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KAI의 매출에서 민간 항공기 부품사업 등 민수(民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설 것”이라며 “향후 민수부문이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수출에 대해 “이라크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좋은 소식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KAI 변했다”… 민수비중 절반

김 사장은 취임 후 민수 확대에 주력해 왔으며 올해부터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00년 설립 당시 983억원에 불과했던 민수부문 매출은 올해 8590억원으로 9배가량 성장했다”며 “전체 매출에서 민수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올해 처음으로 50%를 넘어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KAI는 지난달 에어버스로부터 A320 항공기 날개패널 독점납품 사업을 따냈다. 최소 12억달러 규모로 국내 업체의 민항기 부품 수출 가운데 최대다. 날개는 항공기의 핵심부품으로 부가가치가 높아 에어버스가 직접 생산해온 만큼 이를 KA1에 맡긴 것은 그만큼 기술력을 인정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보잉, 에어버스는 원가절감과 위험분산을 위해 아시아에서 협력업체를 찾고 있지만 경쟁력을 갖춘 업체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제 KAI도 대형 항공사들과의 협상에서 우스갯소리로 ‘튕겨야’ 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김 사장은 항공산업이 국가적 차원에서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항공산업 규모는 3600억달러로 반도체(2800억달러), 조선(1500억달러)를 웃도는 데다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게 이유다. 그는 “지난해 세계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사상 처음으로 에어버스와 보잉의 전 기종 판매가 증가했다”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는 만큼 항공이 한국의 차세대 산업으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50, 중동시장 공략한다

중동과 남미 시장을 중심으로 T-50 수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사장은 “이라크에서 18일까지 열리는 제1회 방산전시회에 참가하는 등 중동 시장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며 “2009년 이탈리아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UAE 역시 사업자 재선정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어 중동에서의 기회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라크는 연내 24대의 훈련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라크 총리가 지난 2월 직접 T-50 구매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져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T-50 수출에 관해 ‘연전연패’라는 일각의 평가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실패했다고 보도된 T-50의 이스라엘 수출은 아직 진행 중이며 UAE를 포함해 페루 필리핀 칠레 이라크 미국 등 여러 나라와도 협의 중”이라며 “특히 T-50이 미국 록히드마틴과 공동 개발한 모델인 만큼 11조원 규모의 미국 사업(350대) 수주는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KAI 매각과 관련, “지난달 말 주주총회와 실적결산을 마치면서 객관적 여건은 모두 갖춰진 상태”라며 “(주주사들이 결정할 일이지만) 실질적인 경영주를 찾는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AI 지분은 정책금융공사가 26.4%, 현대자동차 삼성테크윈 두산이 각각 10%씩 보유하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