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2월에 내놓은 전망치(3.7%)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3.5%로 수정 발표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국내 수출이 타격을 받고 고유가로 인해 내수도 불안하다는 이유에서다. 가뜩이나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거듭 비관적인 전망을 발표하고 있는 한국은행이다.

경제예측은 물론 경제학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분야이기는 하다. 인공신경망을 활용한 기법이나 결합예측법 등 고난도 예측 기법들이 계속 나오는 것도 예측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경제전망이 어렵다고 해도 그동안 한은의 전망치는 1%포인트 이상 예측오차(실제치-전망치)를 보였던 게 기본이었다. 2008년에는 무려 2%포인트 이상 오차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정도면 과연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예측치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문제는 한국은행의 경제 전망치가 시장 참여자들의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더욱이 비관론적 전망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지갑을 더욱 닫게 만들고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당연히 정부의 재정 운용에도 영향을 주고 금리 동결이나 인하 정책을 통해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이런 전망치가 결국 정부의 입김에 의해 조정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게 된다. 미국 경제학자 알덴호프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각국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발생되는 왜곡이 존재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본연의 임무는 물가 안정이다.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결정하도록 임무를 부여한 것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다. 냉정해야 할 한국은행이 분위기에 편승한 경제전망을 내놓아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정상적 경제활동을 왜곡시킨다면 존재의 명분을 잃게 된다. 날씨 예측이 틀리면 기상청에 여론의 비난이 쏟아진다. 한국은행은 경제 예측이 틀려 비상상황에 돌입한 적이 있는지 돌아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