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의 지난해 매출이 300억원을 넘었다. 음반과 음원 판매, 해외 공연, 광고 수익만 이 정도다.

한류 붐으로 일본에서 벌어들인 돈은 더 많다. 싱글, 정규앨범, DVD, 블루레이 등으로 올린 매출이 600억원 이상이다. 열네 번의 일본 아레나 투어로 175억여원의 티켓 매출을 기록했고, 일본 CF 출연과 화보 촬영까지 합하면 1000억원에 가깝다. 물론 이 중에서 일본 관계사의 몫을 빼야 하지만 실로 대단한 성과다.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전자공시를 통해 밝힌 소녀시대의 지난해 1~9월 매출은 217억여원. 한 달 평균 18억여원이다. 여기에 ‘SM타운’ 등 해외 공연과 프로젝트 활동을 합치면 300억원을 훌쩍 넘는다. 같은 기간 이 회사 소속 가수인 슈퍼주니어는 138억3100만원, 동방신기는 117억2300만원, 샤이니는 54억9500만원, f(x)는 35억7700만원을 기록했다. 이들이 벌어들인 돈은 소속사 전체 매출의 80%에 이른다.

매출 300조원 넘은 조앤 롤링

이들이 낳은 ‘황금알’의 원천은 무엇일까. 문학평론가 박태상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신간 《문화콘텐츠와 이야기담론》에서 “소녀시대 등 아이돌 그룹이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얻는 것은 우리 민족의 흥겨운 집단무 전통이 밑바닥에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21세기 영상세대는 율동미 넘치는 댄스음악뿐만 아니라 화려한 스토리를 가진 서사물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할 ‘세계적인 스토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맞다. 작품 하나로 300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해리 포터》의 조앤 롤링이 그 전형을 보여준다. 마케팅 전문가 수잔 기넬리우스는 《스토리노믹스》에서 “스토리 산업이야말로 최고의 미래 비즈니스”라고 역설한다.

소녀시대 등 쟁쟁한 K팝 스타들이 세계를 울리고 웃길 스토리의 옷을 입고 글로벌 무대에 선다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흥겨운 춤을 동반한 노래에 이야기의 날개까지 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넬리우스가 얘기하는 ‘초대형 스토리텔링 상품의 성공요소’ 다섯 가지에 해답이 들어 있다. ‘우수한 콘텐츠, 감정적 개입, 입소문 마케팅과 온라인 버즈, 티저 마케팅, 브랜드 일관성과 자제’가 그것이다.

'스토리노믹스'에 답 있어

개성적인 음악과 율동 등 콘텐츠가 우수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 여기에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정 코드를 추가해 사회적 트렌드를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엔 ‘입소문’과 온라인 버즈. 여러 출판사에서 거절당한 《해리 포터》 첫권을 한 출판기획자가 알아보고 영국 출간을 결정한 뒤, 미국에도 비싸게 팔았다는 얘기가 입소문을 타자 ‘싱글맘’이 ‘신데렐라’로 변하지 않았던가.

호기심을 유발하는 ‘티저 마케팅’도 중요하다. 7편까지 이어지는 시리즈의 내용을 비밀에 붙이고 발간 시기도 특정 날짜에 맞추며 팬들의 애간장을 태운 것을 떠올려보라. 적절한 시기에 마케팅을 제한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롤링은 영화화 제의를 여러 차례 거절하고, 예술적 측면뿐 아니라 상품화 라이선스 결정권까지 주겠다는 워너브러더스의 제안만 받아들였다. 관련 상품이 나오기만 하면 불티나는 시기에 오히려 상품 종류를 제한하면서 브랜드 일관성을 유지한 것이다.

이처럼 스토리노믹스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소녀시대가 세계를 감동시킬 스토리의 옷까지 입는다면 부가가치는 훨씬 더 커질 것이다.

고두현 문화부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