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명 졸업 마이스터高, 268개 기업서 '콜'
“학교와 협약을 맺은 기업이라 해서 모두 졸업생을 보내줄 수는 없습니다. 임금 수준이나 병역특례 혜택 여부를 살펴 우리 학생들이 안착할 수 있는 회사에 우선적으로 보낼 계획입니다.”

마이스터고인 대구 경북기계공고의 이상배 교장은 “마이스터고 졸업생을 기술명장으로 키워낼 수 있는 기업체에만 학생들을 보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북기계공고가 상호협력협약(MOU)을 맺은 기업은 지난 3월 현재 268곳. 3학년 재학생이 300명인 점을 감안하면 대다수 협약기업에 1명밖에 보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가 ‘고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해도 대졸자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의욕적으로 출범시킨 마이스터고가 내년 2월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마이스터고 1기생인 3학년생이 있는 전국 21개 마이스터고가 기업들과 맺은 협약은 지난달 말 현재 1612개. 21개 마이스터고 전체 정원이 3600명인 점을 감안하면 협약을 맺은 기업당 2.23명을 취직시키게 된다.

이 때문에 기업들도 마이스터고 출신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마이스터고가 기업들과 맺은 협약은 2009년 641건에서 2010년 1295건, 2011년 1332건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일부 기업들은 협약과 함께 10여명의 학생들을 ‘입도선매’하기도 한다. 장병갑 미림여자정보고 교장은 “KT와 협약을 맺고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 KT반이 37명이며 SK C&C반이 21명, 삼성전자반이 10명 등으로 3학년생 대부분의 취업이 이미 약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마이스터고 출신자 확보전쟁에 나선 것은 마이스터고에 중학교 내신 1등급의 우수 인재들이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각 학교들도 협약기업 등과 긴밀한 협력을 맺고 현장밀착형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경북기계공고의 경우 대구 성서산업단지 입주업체들과 현장실습을 실시하고 기능명장 초청강연도 듣는다.

미림여자정보고는 인터렉티브미디어, 뉴미디어디자인 등 뉴미디어 분야에 특화한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있다. 삼성SDS 등 관련 기업들은 이 학교에 강사 파견 등을 통해 우수 인재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배현기 부산기계공고 교장은 “마이스터고 학생들이 기술인으로서 국내 기업 수준에 머물지 말아야 한다고 판단해 중국어 2단위(1단위는 주당 한 시간 수업)와 일본어 1단위를 3년간 재학 중 필수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마이스터고

기술명장(마이스터) 양성을 목적으로 산업체 수요에 직접 연계된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산업 수요 맞춤형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취업해 기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산학협력을 통해 가르치고 있다. 특성화고 등이 전환해 현재 전국에 28곳이 있다. 내년 2월 첫 졸업생이 나온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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