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궁지에 몰렸다. 지지율은 20%대로 떨어졌고, 소비세 증세에 대해서는 여당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거세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처음으로 원전을 재가동하려는 시도도 여론의 벽에 가로막혔다. 최근엔 북한 미사일 대응 미숙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2중, 3중의 포위망에 갇혀버린 셈이다. 2009년 집권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이다.

이달 초 요미우리신문이 조사한 민주당 내각의 지지율은 28%. 작년 집권 초기(65%)에 비해 반토막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19%에서 59%로 수직 상승했다. 일본 정가에선 지지율 20%가 마지노선으로 불린다.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를 포함해 대부분의 내각이 지지율 20% 언저리에서 모두 붕괴했기 때문이다.

지지율을 갉아먹은 주원인은 소비세 증세. 힘을 합쳐 밀어붙여도 될까말까 한 사안이 내부 분열로 좌초하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현재 5%인 소비세를 2014년 4월 8%로, 10월 10%로 올릴 계획이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사진)는 “소비세 인상에 정치생명을 걸었다”며 집권 초기부터 강공으로 나왔다. 그러나 당내 반대세력인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이 소비세 인상 법안을 지난달 말 제출하자마자 곧바로 단체행동에 나섰다. 집단 사표와 탈당 선언이 이어졌다. 민주당 내 불협화음이 불거지면서 최근엔 노다 내각이 증세 법안 통과를 위해 야당인 자민당과 손잡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돈다. 민주당의 정체성마저 탈색된 탓에 지지자들의 이탈은 더욱 심화하는 추세다.

일본 정부가 최근 추진 중인 오이(大飯) 원전 재가동 방안에도 반대 세력이 벌떼처럼 일어났다. 올여름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 정기점검을 끝내고 대기 중인 오이 원전의 재가동이 불가피하다는 게 일본 정부의 입장. 그러나 재가동에 반대하는 비율이 60%를 넘는다. 전력난이란 구호를 앞세우고 있지만 후쿠시마 원전의 상처가 너무 깊은 셈이다.

여론에 민감한 정치인들이 손 놓고 있을 리 없다. 일본 정계의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은 원전 재가동에 반발, 차기 총선에서 민주당과 정면 대결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민주당의 간 전 총리마저 “전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공급자 관점에 기운 것으로 논의가 불충분하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한국과 미국에 비해 늦게 발표한 것도 정치 쟁점으로 비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공식 발표 시점은 지난 13일 오전 8시23분. 북한의 미사일이 하늘로 올라가고 40여분이나 지난 뒤였다. 일본 야권은 즉각 방위상 등 관련자 문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의 위기 대응체제에 심각한 문제가 노출됐다는 이유에서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