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대형마트 강제휴무' 충남 서산 가보니…재래시장 '썰렁', 하나로마트만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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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온 車 1000여대 헛걸음…소비자·상인 "휴무 몰라"
“대형마트가 쉬는 날이라고요? 손님이 늘어나지도 않았고… 전혀 몰랐는데요.”
지난 14일 충남 서산시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서산동부시장.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처음으로 서산시가 재래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이날 ‘대형마트 강제 휴무’를 실시했음에도 이곳 상인들은 대부분 ‘휴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서산시는 동부시장 상인들이 일요일에 교대로 휴무한다는 점을 반영해 대형마트 휴무일을 매월 둘째, 넷째 ‘토요일’로 정했다. ‘강제휴무’의 혜택을 상인들이 골고루 누리게 하자는 취지다.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재래시장이 매월 첫째, 셋째 일요일에 쉬는 점을 반영해 둘째, 넷째 일요일을 휴무일로 지정했다.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이 지난 10일 공포됨에 따라 서산시에서 가장 먼저 대형마트 강제휴무가 시행된 이유다. 대형마트 강제휴무를 지정한 다른 지자체들에서는 오는 22일 첫 적용된다.
동부시장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서산시가 첫 적용 지역이라는 건 처음 들었다”며 “대형마트가 쉬어서 여기로 왔다는 분은 아직 못 봤다”고 말했다. 오후 들어 시장 중심부인 수산·축산 코너에는 쇼핑객들로 붐볐다. 활어매장 주인 남모씨는 “평소 토요일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동부시장은 원래 태안에서 공수해 온 수산물로 유명한 곳”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장 중심부 수산물 코너를 벗어난 농산물, 의류, 생활용품 점포와 이벤트용 상설무대 주변은 인적이 드물었다.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대형마트가 생겨서 피해를 입은 것은 이쪽”이라며 “오늘처럼 대형마트가 쉰다고 손님이 올 것 같지는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산시에는 이마트 서산점과 롯데마트 서산점, 서산농협 하나로마트 등 3개 대형마트가 영업 중이다. ‘농산물 비중이 51% 이상인 점포는 규제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에 따라 이날 정상 영업한 하나로마트는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중간에 있는 이 점포는 오후 2시께 주차장이 만석이었고, 주변 도로에도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주부 최모씨는 “롯데마트에 갔다가 허탕을 치고 이곳으로 왔다”고 말했다. 태안반도로 주말 여행을 왔다가 장보러 나온 김도형 씨는 “이마트에 갔다가 주차장 직원이 이곳을 알려줘 내비게이션으로 검색해서 왔다”고 말했다.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관광객과 가족단위 쇼핑객 등 주말 고객이 많아 다른 두 곳이 쉬는 토요일에는 매출 상승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휴점을 몰랐던 소비자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이마트 서산점에는 이날 1150여대가 점포를 찾았다가 핸들을 돌렸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온 30대 주부는 “내일 과학경진대회에 참가하는 아들의 준비물을 사러 택시까지 타고 왔다”며 “대형마트 아니면 서산에서 살 만한 곳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점포는 지난주에 전단과 문자메시지 등으로 사전 고지에 힘썼지만 헛걸음한 소비자가 많자 곤혹스러워했다.
서병진 이마트 서산점장은 “토요일에 휴점했지만 전날인 금요일엔 매출이 소폭 줄었고 일요일엔 20%밖에 늘지 않았다”며 “분산 효과가 크지 않아 매출 손실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산=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