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제가 재미있고 유쾌한 무언가를 의도하고 작업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건 아닙니다. 저는 흥미진진한 것으로 가득한 우리 일상에 주목할 뿐이죠.”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이스라엘 조각가 데이비드 걸스타인(68·사진)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유쾌하게 묘사하면서 부드러운 조각 작업으로 산업사회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파리 에콜 데 보자르 등에서 수학한 걸스타인은 사람이나 물건을 강철, 나무로 표현하면서 일상을 리드미컬하게 표현해온 작가. 사람과 물건을 모형대로 잘라내는 ‘컷아웃 기법’의 평면 부조에 색과 선의 리듬감을 살린 ‘회화 같은 조각, 조각 같은 회화’ 작업으로 유명하다. 오는 2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 신작 40여점을 내놓았다.

4년 만에 서울을 찾은 그는 “사적인 공간에서 몇몇 사람만이 즐기는 게 아니라 대중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작업이 즐겁다”고 말했다.

“현대사회는 바쁘게 돌아가고 지역에 따라 여러 문제도 있지만 그래도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희망적으로 묘사하려 노력합니다.”

그의 작품은 유쾌한 만화경 같다. 어디론가 바삐 달려가거나 흥에 겨워 춤추는 사람, 무리지어 날아다니는 나비, 거리 위를 가득 메운 자동차 행렬, 따스한 햇살 아래 여유를 즐기며 자전거를 타는 사람, 빠른 속도로 달리는 사이클 주자 등 사람들의 특정한 동작을 포착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중 소비사회의 물질적인 풍요와 이에 따른 생활 방식의 변화를 작품에 반영한다”며 “현실의 프레임 속에서 끝없이 생성되는 삶의 에너지와 기운, 시각적인 환영의 흔적을 조형화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의 숨가쁜 호흡과 압박감, 스포츠 경기를 볼 때 느끼는 팽팽한 긴장감, 여가를 보낼 때의 여유 등을 감각적으로 되살려냈다는 얘기다.

강철이란 재질감을 통해 회화적 특성을 살려낸 그의 작품은 평면과 입체의 미학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는 “종이에 그린 드로잉을 컴퓨터에 입력한 후 레이저로 강철을 커팅하듯 작업하고 그 다음엔 붓이나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채색한다”고 했다.

“젊은 시절 바우하우스 스타일의 발코니 풍경을 그렸어요. 1968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10년간은 모노크롬 회화에 심취했죠. 1979년부터 이스라엘 사람들만이 공유하는 일상의 풍경을 조각 형태로 만든 게 조각 작업의 시작입니다.”

나무 커팅 작업을 8년간 계속했지만 장난스럽게 보였는지 인정받지 못하다 1987년 이스라엘미술관의 초대전을 계기로 국제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세계 각국의 광고판, 공원, 백화점, 학교 등 공공 장소에 설치됐다. 국내에서는 작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리노베이션 작업에 세계 최대 규모의 가림막을 설치했고 2010년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 광장과 롯데백화점 스타시티점에도 선보였다. 서울 전시회가 끝나면 가나아트 부산점(5월9일~6월2일)으로 옮겨 진행된다.(02)3217-0233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