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출신으로 그룹 근무 경력.’

삼성그룹 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전형적인 유형이다. 삼성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로 입사한 뒤 삼성 내에서 이른바 ‘실(室)’로 불리는 그룹 본부 근무 이력을 지닌 사람들이 삼성 내 주요 CFO를 맡고 있다. ‘실’은 과거 회장 비서실에서 유래된 말로 이후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을 거쳐 미래전략실로 명칭이 바뀌어도 삼성 내에서는 여전히 ‘실’로 통한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 내 주요 계열사의 CFO는 그룹과 수시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자리”라며 “따라서 주력인 삼성전자의 1등 DNA와 그룹 업무를 경험해본 사람들이 CFO를 맡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의 총괄 CFO는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인 이상훈 사장과 전략2팀장인 김명수 부사장이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등 전자계열사를, 김 부사장은 전자·금융계열사를 제외한 삼성물산, 삼성중공업과 화학 계열사 등의 ‘컨트롤러’ 역할을 하고 있다.

전략팀은 지난해까지 계열사 간 중복사업 조정, 자원 배분, 미래사업 기획 등의 업무를 해왔다. 작년 말 미래전략실 내 경영지원팀(재무팀)이 폐지되자 계열사 재무, 자금, 투자계획까지 맡게 됐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 출신의 정통 재무통이다. 경북사대부고,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삼성전자 경리과로 입사했다. 1990~1994년 비서실에서 그룹 재무 업무를 익혔고, 2004년 상무 때 구조조정본부로 옮겨 사장으로 승진한 지금까지 그룹에서 일하고 있다. 1999~2002년 삼성전자 북미총괄 경영지원팀장 시절 이재용 사장과 함께 미국에서 근무했으며 전자계열사를 관할하면서 지금도 수시로 보고한다. 소탈한 성격이지만 ‘경상도 사나이’답게 성격이 급하다는 말도 듣는다.

김 부사장도 삼성전자 출신이다. 부산 토박이로 부산 혜광고와 부산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학군(ROTC) 장교 출신으로,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경영지원 부문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 삼성전자가 분기 적자를 냈을 때 완제품(DMC) 부문 지원팀장으로 회사 살림을 맡아 단기간에 회복을 이끌었다. 그 공을 인정받아 2010년 삼성이 미래전략실을 신설할 때 전략2팀장으로 발탁됐다. 현 소속은 삼성물산. 김 부사장은 삼성의 지배구조 관리, 비상장사 관리 등 관재업무도 같이 맡고 있다.

주력 계열사 삼성전자에는 3개의 CFO 자리가 있다. 매출 165조원(2011년 기준), 직원 20만여명의 거대 조직인 만큼 총괄 경영지원실 외에 DMC 부문, 부품(DS) 부문에도 각각 경영지원실이 있다.

윤주화 사장이 총괄 경영지원실과 DMC 부문 경영지원실장을 겸하고 있어 현재 삼성전자의 CFO는 2명이다. 윤 사장은 수원고, 성균관대 통계학과를 나와 1978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주로 가전부문에서 일하다 1988년 재무 분야에 발을 들여놓았다. 2000년 경영지원팀장 상무로 승진한 이후 2년 간격으로 전무, 부사장으로 고속 승진을 거듭했고 2009년에는 감사팀장을 맡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삼성전자의 공급망관리(SCM) 구축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최도석 전 삼성카드 부회장의 뒤를 이어 2009년 말 CFO에 올랐다. 부드럽고 합리적인 성품으로, 부하 직원들의 말도 귀 기울여 들어 ‘큰형님’ 같다는 평을 얻고 있다. 부사장 시절부터 3명뿐인 등기이사에 올랐다.

삼성전자 DS부문의 CFO는 김종중 사장이다. 경북 영주의 유서 깊은 명문가인 연안 김씨 만취당파의 후손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2008년 삼성특검 이후 구조조정본부가 최소한의 기능만 남기고 해체됐을 때 업무지원실장으로 남아 그룹 살림을 챙겼다. 그 공으로 2010년 말 삼성정밀화학 사장으로 승진했다가 2011년 7월 DS부문 CFO로 복귀했다. 삼성정밀화학 사장 재직 시절에는 매출의 20~30%를 차지하던 요소비료 사업을 포기하는 대신 전자재료에 집중해 회사의 사업 토대를 바꿔 놓았다.

삼성SDI의 지명찬 부사장은 전자 계열사 중 유일한 내부 출신 CFO다. 안동 경안고와 계명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삼성SDI에 입사한 뒤 대부분 경력을 재무팀에서 쌓았다.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 사업을 키울 때 지원팀장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문제의 핵심을 짚어내고 대안을 제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삼성전기에서는 구자현 부사장이 CFO를 맡고 있다. 마산고, 부산대 경영학과를 나와 삼성전자에서 재무업무를 익혔다. 해외법인 지원업무를 오래 맡아 국제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삼성LED의 CFO로 일했다.

삼성SDS의 CFO는 박경정 전무다. 경북고,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지원팀장 등을 거쳤다. 지난해까지 삼성전자 정보전략팀장을 맡아 ERP(전사적자원관리) 등 내부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데 일조했다.

송백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제물포고, 고려대 경제학과 출신. LCD(액정표시장치) 초기 투자 당시 살림살이를 챙기는 등 삼성전자 부품부문에서 오랜 기간 재무 업무를 맡았다. 2007~2008년 감사팀장을 거쳐 2009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로 옮겼다.

삼성테크윈은 지난해 말부터 이경구 전무가 CFO를 맡았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지원팀장을 맡고 있던 그는 지난해 6월 이건희 회장의 진노를 부른 부정비리 사고 발각 이후 테크윈에 긴급 투입돼 경영기획팀장을 맡고 있다. 연세대 응용통계학과를 나왔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