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부자는 지금] "비과세 혜택 줄기 전에…"  저축성보험·연금 '들고 또 들고'
서울 대치동에 사는 자영업자 이모씨(58)는 지난 12일 거래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찾았다. ‘총선 이후 투자전략’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선거 과정에서 여야 모두 비과세 상품을 줄이고 금융소득종합과세와 소득세를 조정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이씨는 마음에 걸렸다. 그는 PB와 상의한 뒤 즉시연금 상품에 추가로 가입하고 종전에 들고 있던 저축성보험 상품 납입액도 2배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그는 “만약 비과세 상품이 축소된다 하더라도 소급적용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증액을 서둘렀다”고 말했다.

◆비과세 상품 가입 서둘러

요즘 이씨와 같은 강남 부자들의 제일 큰 화두는 비과세 상품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소득에서 제외되는 비과세 상품의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전망 때문이다.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연 4000만원에서 내년 3000만원, 2015년까지 2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하겠다고 공약했다.

그간 10억원 예금에 대한 이자로 해마다 4000만원을 받았던 사람이라면 여태까지는 종합과세 대상이 아니었지만 2015년부터는 2000만원 초과분에 대해 원천징수세율을 적용받아 더 높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기호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비과세 금융상품 가입 한도가 종전에는 없었는데 앞으로는 1인당 5억원이나 10억원 등 가입 한도가 생길 수 있다는 점,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이 낮아진다는 점 등을 우려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산가들은 원래 비과세 상품에 관심이 많은 편이지만 최근에는 눈에 띄게 비과세 상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짜려는 경향이 크다”고 덧붙였다.

비과세 상품 중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각종 보험상품이다. 가입기간이 10년이 넘으면 자동으로 비과세가 적용된다는 점 때문이다. PB들은 “대부분의 나라에 없는 제도인 만큼 앞으로 우리나라도 보험상품의 비과세 요건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국재 우리은행 투체어스강남센터 PB팀장은 “즉시연금보험, 저축성보험, 변액연금보험 등 다양한 보험 상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그는 “즉시연금의 경우 확정형 상품은 비과세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10년간 이자만 받다가 이후에 원금까지 받는 상품에 가입하는 부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또 “사업비를 떼는 저축성보험이 정기예금보다 불리하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부자들에게는 예외”라며 “이들에겐 비과세 및 금융소득종합과세 합산 제외 혜택을 받는 저축성보험의 수익률이 정기예금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그는 말했다.

우 부센터장은 “매매차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 국내 주식형 펀드와 한국과 이중과세방지협정이 체결돼 있는 브라질의 국고채, 처음부터 비과세 상품으로 나온 물가연동국채 등도 여전히 부자들의 관심사”라고 강조했다.

[강남부자는 지금] "비과세 혜택 줄기 전에…"  저축성보험·연금 '들고 또 들고'
◆ELF·ELS 상품도 인기


변동성이 높은 주식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는 부자들은 주가지수연계펀드(ELF)나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상품에 분산 투자하는 추세다. 일반 주식형 펀드가 아니라 3년 만기로 가입하되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6개월 단위로 조기상환하는 ELF나 각종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ELS가 대상이다.

이재철 하나은행 법조타운골드클럽 PB팀장은 “특정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ELS보다는 KOSPI, 항셍, S&P지수 등을 2~3개씩 묶어 기초자산으로 삼는 것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다”며 “1가지 상품보다는 여러 가지 상품에 골고루 투자해서 위험을 분산하는 것도 이들의 투자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안정적인 채권형 펀드를 찾지만 수익률을 높이기 원하는 이들은 ‘하이일드채권형펀드’를 선호한다. 하이일드채권형펀드는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회사의 투기등급 채권에 투자해서 고수익을 노리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 채권형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손실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이 팀장은 “고객들이 하이닉스와 같은 ‘B’ 등급 정도의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을 많이 선호한다”고 했다. 국고채와 회사채 간 스프레드가 많이 벌어졌다가 축소되는 추세도 회사채 선호 현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리스크는 우량 회사채에 비해 높지만 저금리 상황에서 투자처가 마땅치 않고 글로벌 경제위기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판단을 한 부자들이 찾는 상품”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