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매년 애완동물을 대상으로 한 각종 대회가 열린다. 예쁜 애완견을 뽑는 대회 규모가 가장 크다. 그러나 귀뚜라미 싸움과 전서구(통신용으로 훈련시킨 비둘기) 시합 같은 이색대회도 꽤 많다.

지난해 9월23일 항저우(杭州) 차오산(超山) 풍경구에 있는 포우루(缶蘆)산장에서는 300여마리의 귀뚜라미들이 참가하는 차오산배 귀뚜라미대회가 열렸다. 대회는 권투경기처럼 체중에 따라 경량급과 중량급으로 나눠 치러졌다. 경량급은 무게가 보통 2~5전(斟)(4.5전=0.7g)이었고 중량급은 5전 이상이었다. 귀뚜라미 대결은 풀을 이용해 귀뚜라미를 흥분시킨 후 양측이 이빨과 머리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해마다 가을이면 중국 곳곳에서 귀뚜라미대회가 열린다. 지난해에도 항저우는 물론 난징(南京) 양저우(揚州) 등에서도 비슷한 대회가 열렸다. 양저우대회의 우승상금은 5만위안에 달했다.

산둥성 치루(齊魯)대평원은 귀뚜라미 명산지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나온 귀뚜라미는 머리가 크고 다리가 길어 싸움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국에서 개최되는 귀뚜라미대회에서도 산둥성 출신(?)들이 우승을 휩쓴다.

비둘기대회도 여러 곳에서 열린다. 쓰촨(四川)성 난충(南充)시 전서구협회는 최근 창립 30주년을 맞아 10만위안의 상금을 내걸고 오는 22일 전서구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약 6000마리의 전서구를 풀어 산시(陝西)성 친링에서 난충으로 돌아오게 하는 경기다. 중국에서 비둘기 사육은 명나라 때부터 시작됐지만 문화혁명기에 금지됐다. 1970년대 후반부터 다시 부활해 현재 약 30만명의 전서구 애호가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중국인 비둘기 애호가들이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비싼 전서구를 싹쓸이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위훈전이라는 한 중국 기업가가 25만유로를 주고 스페셜블루라는 전서구 챔피언 출신의 비둘기를 샀다. 네덜란드의 피에테르 벤스트라라는 비둘기 판매상은 최근 수년간 245마리의 비둘기를 200만유로에 팔았다. 이 중 상당수를 중국인들이 사갔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