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지 3일 만에 한국 학부모들의 '영어 교육열'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림책에서 교육적인 목적을 발견하려고 하지 말고 예술 측면에서 즐겨주세요."
'에릭 칼 그림책 미술관(The Eric Carle Museum of Picture Book Art)' 알렉산드라 케네디 관장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에릭 칼 한국특별전' 기자 간담회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미국 작가이자 화가인 에릭 칼(82)의 이름을 딴 '에릭 칼 그림책 미술관'은 세계 최초의 동화 작가 미술관. 이 미술관 속 그의 그림 99점이 특별전 '월드 오브 에릭칼(The World of Eric Carle)'에서 국내 처음 공개된다.
에릭 칼의 작품 중 '배고픈 애벌레'는 55개국의 언어로 번역됐다. 3300만 권 이상 팔리며 미국의 '뽀로로'로 불릴 만큼 인기가 높다. 한국 어린이들과 학부모 사이에서도 '영어 그림책'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한국의 교육열을 알고 있다"고 말한 케네디 관장은 그림책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동화책을 펼쳐 부모님의 무릎에 자녀를 앉히고 책을 읽어주는 시간 자체가 교육입니다. 이 시간을 통해 어린이들은 자연스럽게 세상을 탐구하는 법을 배우게 되지요. 우리는 한국 어린이들도 똑같은 경험을 하기를 원합니다."
케네디 관장은 "부모님들도 꼭 자녀들과 함께 특별전을 찾을 것"을 권했다.
"에릭 칼의 그림들은 자연과 행복, 성장과 사랑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림 속 주인공들이 '너는 지금 외롭고 힘들겠지만 괜찮아질거야'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를 사는 어른들에게도 마음의 안정을 주지요."
에릭 칼이 자신의 예술 세계를 '아트아트(Artart)'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아트'라고 하면 어른도 어린이도 어렵게 느껴지만 '아트아트'로 반복함으로써 예술을 더 친근하게 느끼도록 하는 겁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에릭 칼만의 미술 기법도 볼 수 있다.
에릭 칼은 색을 칠한 '티슈 페이퍼(매우 얇은 종이)'를 자르고 겹쳐 붙이는 콜라주 기법의 창시자. 이 기법으로 만든 그림을 엮어 애니메이션으로도 선보인다.
케네디 관장은 "에릭 칼의 기법은 대중적이고 평범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제작한 기법" 이라며 "에릭 칼은 평소 인간의 눈이 볼 수 있는 색상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가장 아쉬워하는 만큼 그의 작품에 다양한 색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에릭 칼의 한국 특별전은 오는 13일 경기 성남시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에서 개막해 9월2일까지 계속된다. 입장료는 1만2000원. 문의 (02)737-7090.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