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21.0%에서 20.5%로 0.5%포인트 인하한 지난 2월24일. 락앤락 주가는 이날 주식시장에서 전일 대비 4.46%(1400원) 뛴 3만2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2024.24로 0.66포인트(0.03%) 떨어진 것과 반대 움직임이었다. 증권업계는 “지준율이 내려가면 소비가 진작되고 락앤락이 큰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락앤락이 ‘중국 내수주’로 분류될 정도로 현지 시장 지배력이 커졌다는 얘기다.

락앤락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주방생활용품 전문기업으로 입지를 굳혀 나가고 있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 등 신흥시장에서의 거침없는 확장을 통해 34년 연속 ‘사상 최대’ 매출에 도전하고 있다. 김준일 락앤락 회장은 “중국과 베트남 등 신흥시장에서는 브랜드 로열티가 한국보다도 더 높다”며 “해외 시장에서 고급 주방용품 톱 브랜드로 자리잡은 지 오래”라고 강조했다.


◆중국, 작년 전체 매출 44% 차지

락앤락은 지난해 해외 실적을 포함한 연결 기준으로 476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23% 증가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중국에서 1년 전보다 48% 증가한 211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작년 회사 전체 매출의 약 44.6%다. 지난해 국내 매출이 1694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늘어난 데 그친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지난해 실적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이 회사가 ‘세계의 공장’에서 ‘시장’으로 우뚝 선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에 진출한 건 2004년. 상하이 영업법인에서 시작해 지금은 베이징 영업법인, 선전 영업법인과 함께 22개 도시에 지사를 두고 있다. 2007년 10월에는 산둥성 웨이하이, 만산 공장에 이어 장쑤성 쑤저우에 9만5000㎡ 규모의 공장을 추가로 세웠다. 영업망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현재 100여개 직영매장을 비롯해 백화점, 대형할인점, TV 홈쇼핑 등 7000여개에 이르는 유통채널을 확보했다. 올해는 상하이와 베이징 등 대도시 중심인 영업망을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지방 소도시로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옌지(延吉)에 문을 연 프랜차이즈 1호점을 시작으로 100호점까지 늘려나간다는 구상이다.

이런 노력은 빠른 브랜드 인지도 및 로열티 제고로 이어지고 있다. 2006년 8월엔 ‘제4회 중국시장 소비자 만족 브랜드 조사’ 가정용품-식품 신선도 유지제품 부문에서 해외 유수 기업들을 제치고 1위를 꿰찼다. 현지 진출 2년 만의 성과다. 또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연속 ‘상하이 인기 브랜드’로 선정돼 나이키, 필립스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07년 5월에는 중국 체육총국 공식후원업체로 선정돼 국가대표 선수촌에 밀폐용기를 공급하기도 했다. 중국기업브랜드연구센터(CBR)가 실시한 ‘2012년 중국 브랜드파워지수(C-BPI)’ 조사에서는 밀폐용기 부문 최고 브랜드로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포스트 차이나(Post China)’로 떠오른 베트남

락앤락은 중국에 이은 차세대 글로벌 전략 거점으로 베트남을 육성하고 있다. 풍부한 천연자원과 인적자원, 지리적 이점을 두루 갖추고 있어 해외 공략을 위한 전략 기지로 손색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베트남에서는 2008년 호찌민시에 첫 직영점을 연 것을 시작으로 2009년 하노이 영업법인과 동나이 연짝 생산공장, 2011년 12월 붕따우 내열유리공장 등 생산 및 영업 인프라 저변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대지면적 7만㎡ 규모의 연짝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가격 경쟁력과 물류 등의 이점을 앞세워 인근 동남아 국가는 물론 유럽과 북미 등 전 세계 70여개 국가에 수출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말 완공한 붕따우 내열유리공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세계적으로 오븐 사용이 확대되면서 내열유리 수요가 크게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락앤락은 철저한 고급화 전략이 베트남에서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팍슨, 빈콤 등 고급 백화점과 쇼핑몰에서 19개 직영점을 운영하며 맞춤형 제품으로 현지 상류층 여성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아울러 홈쇼핑과 대형 슈퍼마켓 체인 등 300여개 현지 판매채널을 활용해 전반적인 브랜드 인지도 제고도 꾀하고 있다. 고급화 전략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8년 처음 진출한 이래 베트남 실적의 연평균 성장률은 167.6%에 육박했다. 지난해 현지 매출은 1080만달러에 달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베트남에서도 대도시 주변 소도시로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는 게 올해의 과제다. 이를 위해 호찌민과 하노이에 집중된 영업망을 주변 도시로 확장해 2급 성을 중심으로 백화점과 쇼핑몰에 매장을 열 계획이다.

또 홈쇼핑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채널과 특판 영업채널을 강화해 2013년까지 유통망을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이경숙 이사는 “베트남에서는 주방안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내열유리 제품 매출이 급증했다”며 “내열유리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만큼 올해는 한층 더 큰 폭의 매출 신장을 기대한다”고 자신했다.

락앤락은 중국과 베트남 외에 인도네시아, 태국, 캄보디아 등에도 영업법인을 설립하고 3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등 동남아 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동시에 선진국 시장 공략에도 차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인력을 보강해 온라인 유통을 강화한 결과 할인점 매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미국 매출은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 남부 텍사스주 댈러스에 직영점을 내고 서부 지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2010년 설립한 독일 법인을 앞세워 유럽 시장 공략도 가속화한다는 구상이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