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이외수가 민심 오판한 까닭은? SNS밖 세상도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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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승리를 거두면서 12월 대선을 앞둔 향후 정국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용민이 민주의 국회의원 후보로 나서는 데 역할을 했던 인터넷방송 '나꼼수' 행보도 주목을 받게 됐다.
김용민 후보는 서울 노원갑에서 44.2%라는 적잖은 득표율을 올렸다. 하지만 야당세가 확산된 서울ㆍ수도권 지역에서 이노근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했다. 김 후보는 패배를 인정하며 "역사의 진전에 도움이 못된 터라 머리 숙여 사죄 드린다. 깊이 근신하며 이 사회에 기여할 바를 찾겠다"고 말했다.
김용민 후보는 막말·저질발언 파문으로 민주당으로부터도 사퇴압력을 받았다. 하지만 김어준 씨 등 '나꼼수' 멤버들은 'MB정권심판'을 위해 버틸 것을 주문했다. 이는 보수층의 결집을 촉발시켜 김 후보는 결국 고배를 마셨다.
당 안팎에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나꼼수는 '삼두노출 대번개' 행사를 통해 팬미팅을 벌였다. 이날 운집한 수천명의 지지 속에 김용민은 '사퇴는 없다'고 밝혔다.
김어준과 주진우는 "김용민 후보가 실수한 것, 잘못한 것, 사과한 것 다 안다" 며 김용민 후보에게 "네 잘못은 국회에 들어가서 사죄해라"고 감싸안으며 승리를 호언했다. 민간인 사찰 파문 등 국민들의 정서엔 현정권에 대한'심판론'이 주류였다. 그 예상을 깬 이번 선거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담담하게 표정관리 해오던 민주통합당 당직자들도 당혹을 넘어 침통한 기색이 역력하다.
일각에선 김용민의 막말파문으로 민주통합당이 패배했다는 여론도 있다. 김용민에게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도 '나꼼수'를 따르는 무리가 여론인줄 착각하고 쳐내지 못한 당 지도부의 잘못된 상황판단 탓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는 평가다.
민주통합당이 젊은 층의 투표참여를 소리 높여 호소할 무렵 안철수 교수도 투표율이 70%를 넘으면 춤을 추겠다며 투표를 독려하는 메시지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소설가 이외수는 투표율 70%가 넘으면 자신의 심벌이나 마찬가지인 장발을 포기하고 삭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총선 임박해서는 '머리를 어떻게 잘라야 할지' 즐거운 고민을 하기도 했다.
이같은 민심과는 다른 상황판단은 모두 그들이 SNS 세계에만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당초 출구조사 결과가 박빙이었던 것과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판명나자 이외수의 트위터는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그를 지지하던 사람들은 이제는 'X맨'취급을 하며 마치 새누리당의 압승이 이외수의 막판 지지발언인냥 비난을 쏟아냈다.
13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자랑하는 파워 트위터리안인 그는 소신있게 야당을 지지해왔다.
그러나 선거 직전 10명의 야당후보와 1명의 새누리당 후보를 지원한다고 밝히면서 “제가 새누리당 한기호 후보를 응원했다고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많다” 며 “개인적으로 몇 번 만난 적이 있는데, 유명인을 등에 업고 인지도를 높이는 정치가로 인식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저를 멀리하고 있어 괜찮다 싶어 추천한다”고 적었다.
그는 또 "변절자니 매국노니 욕해도 어쩔수 없다"며 소신을 밝혔다.
비난이 밤새 이어지자 이외수는 '모든 원망을 이해한다. 할말이 없다'며 망연자실해 했다.
'강원도를 붉은색으로 물들인 것이 이외수라면 다른 지역을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인 것은 누구냐. 대한민국 언론에 침을 뱉지 않고 나에게만 침을 뱉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원망섞인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 투표라는 것은 원래 개인의 생각에 의해 하는 것이지 나와 다른 생각을 했다해서 상대방이 틀렸다고 비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새누리당이 좋아서 찍은 사람 별로 없을 것이다. 차마 민주통합당을 찍어 그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기에 차악으로 새누리당은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전도 없이 무조건 '심판, 무상만을 강조하던 민주통합당 때문에 처음으로 보수에 표를 줬다"고 한 시민도 있었다 .
이외수의 새누리당 후보 1명 지지 때문에 또는 김용민의 막말 때문에 통합민주당이 참패했다고 생각한다면 민심을 되돌릴 방법은 없을 것이다.
선거 직전 트위터를 통해 투표 참여를 외쳐온 공지영 작가는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확보에 대해 "결국 SNS 팟캐스트의 영향력은 서울과 신도시 정도" 라며 "방송 장악과 젊은이들의 정치 무관심이 제일 큰 요인"이라고 일침했다.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젊은이들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결론을 내버린 것.
SNS상에서는 특성상 야권성향을 가진 이들이 활발하게 활동한다. 젊은 보수들은 평소 이런저런 의견을 개진하기보다 묵묵히 있다가 오로지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한 표로 의견을 밝힌다.
SNS로 활발히 글을 퍼나르지 않아도, 인터넷 댓글을 통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주권을 행사하는 숨어있던 보수층의 존재가 이번 선거에 드러났다.
이외수의 지지자 중 한명은 'SNS 속에만 갇혀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 현실 세계도 돌아보자'고 꼬집었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