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6선의 홍사덕 의원이 정치 인생의 위기를 맞았다.

'정치 1번지' 종로에서 벌인 민주통합당 정세균 의원과의 거물간 대결에서 패해서다.

정치권에서는 홍 의원이 노무현ㆍ이명박 등 전현직 대통령이 거쳐간 지역인 종로에 깃발을 꽂아 '박근혜 시대'를 여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차기 당 대표로 그를 거론하는 인사들이 많았다.

종로에서의 패배는 1석을 잃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1번지의 상징성에 더해 서울 중산층 민심의 도도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로는 1985년 12대 총선 당시 신민당 이민우 총재가 당선된 이후 199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보선 승리를 제외하고 모두 보수당 후보가 뽑혔던 곳이다.

보수의 아성이었던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홍 의원의 패배를 여권은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서울 민심이 여권에서 많이 떠났음을 보여주는 것이자 박근혜의 브랜드가 서울에서는 잘 먹히지 않음을 시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홍 의원은 "이번 선거는 혼란과 퇴보를 자초했던 자칭 '폐족'(廢族)을 부활시켜 또 한번 혼란의 시대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국민 심판"이라고 선언하며 선거전 내내 박 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 의원과 오차범위내 박빙의 승부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완패로 나타났다.

야권내 잠룡으로 분류되는 정 후보의 '정권 심판론'을 끝내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박심(朴心)을 앞세우며 '반노'(反盧) 캠페인으로 종로 유권자를 공략했으나 결국 '반박'(反朴)만 확인한 셈이다.

홍 의원은 새누리당 최다선이다.

언론인 출신으로 정무제1장관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원내총무, 국회부의장을 역임한 관록의 정치인으로 2007년 대선에서 박근혜 경선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경북 영주ㆍ영풍ㆍ영양ㆍ봉화, 서울 강남을과 대구 서구를 거친 말 그대로 '전국구 의원'이다.

경기 고양 일산갑에 도전했다 고배를 마신 적이 있고, 비례대표도 역임했다.

여권에서는 홍 의원이 향후 입지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권가도에서 일정 역할을 하겠지만 원외에서의 활동에 한계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친박계 구심점으로서의 입지가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홍 의원이 산전수전을 겪은 백전노장이고, 박 위원장의 신임이 두터워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하게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