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남삼현 이트레이드증권 사장(56·사진)은 11일 “이익도 많이 내고 보유 현금도 많은데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주가를 보면 답답할 때가 많다”며 이렇게 말했다.

남 사장은 “당분간 자사주를 계속 사들일 것”이라며 “투자를 희망하는 기관투자가가 있다면 블록딜(대량매매)로 넘겨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1호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 2호 스팩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사업연도 실적은 어떤가.

“3월 결산이어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약 310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한다. 전년에 비해 소폭 늘었다. 작년엔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리테일이나 법인영업, 투자은행(IB) 부문 등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거래량 감소분을 많이 상쇄했다.”

▷올해 실적 목표는.

“순이익 기준 450억~500억원으로 잡았다. 작년 목표가 550억원이었는데, 기대에 너무 못 미쳐서 올해는 현실적으로 세웠다. 증시 여건이 여전히 불안하지만 유럽이나 중국 등에서 나올 수 있는 추가적 악재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자사주를 계속 사들이고 있는데.

“약 7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보유 중이다. 상황에 따라 200억원어치까지 늘릴 계획이다.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주가를 감안하면 채권투자보다 자사주 매입이 더 매력적이다. 처음에는 주가관리 차원에서 자사주를 샀는데, 지금은 투자 목적이 더 크다.”

▷자사주를 소각할 계획은 없는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으며 자사주 소각도 검토했다. 법률적으로 소각이 쉽지 않다는 조언을 들었는데, 시장 상황에 따라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일단 보유하고 있다가 주가가 오르면 희망하는 기관투자가에 블록딜로 넘겨줄 의향이 있다.”

▷주력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

“온라인 사업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국내 최초 온라인 증권사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300억원을 투자한 정보기술(IT) 인프라 구축이 조만간 완료되면 기반이 마련된다. 오는 7월께 고객들이 기존보다 훨씬 빠른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경험할 수 있다. 회원 간 포트폴리오를 공유할 수 있는 ‘조인’ 서비스도 오픈한 지 2개월 만에 빠르게 활성화되고 있다. 온라인 VIP 고객 유치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스팩 성공 사례를 남겼다.

“합병기업(하이비젼시스템)을 제대로 발굴했다. 상당수 스팩은 합병 상대를 조급하게 찾다보니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동안 실패사례를 분석한 뒤 올 하반기께 새로운 스팩을 만들 계획이다.”

▷대주주가 사모펀드(PEF)인데.

“LS그룹이 주축인 지앤에이PEF가 지분 84.5%를 보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오해를 많이 받는다. ‘먹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하지만 먹튀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장기 비전이 없고 단기 이익에 급급하며 현금배당을 많이 받는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여기에 해당하는 게 없다. 먹튀라면 막대한 전산투자는 생각도 못한다. 현금배당을 한 적도 없다. 이 정도면 사모펀드가 대주주여도 괜찮은 것 아닌가.”

▷자본 확충 계획은.

“사장 취임 이후 가장 후회하는 게 2009년의 유상증자다. 대주주 참여 없이 일반공모 형태로 진행했는데, 이로 인해 주가가 크게 망가졌다. 이후 회복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증권사가 자본을 늘리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당장 증자 계획은 없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알림=다음회에는 김병규 아모텍 회장이 투자자들의 질문에 답할 예정입니다. 질문이 있는 분은 한국경제신문 증권부(stock@hankyung.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