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에 이어 K막걸리 바람이 불 겁니다. 처음엔 맛이 이상하다던 미국 사람들도 이젠 더 달라고 합니다.” 미국 내 ‘막걸리 전도사’로 불리는 최정관 백세주USA 대표(61·사진). 그는 최근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막걸리에 대한 달라진 시각을 이같이 전했다.

국순당 막걸리의 미국 판매를 전담하고 있는 그는 최근 ‘2012 댈러스 모닝뉴스&텍사스 소믈리에 와인대회’ 라이스와인(rice wine·일본 사케 등 포함) 부문에서 막걸리가 동상을 수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뉴욕 국제주류대회(은상) 및 2010년 샌프란시스코 국제와인대회(동상) 수상도 와인 전문가 그룹을 대상으로 한 그의 적극적인 마케팅 덕분이라고 국순당 측은 설명했다.

익숙지 않은 냄새에 얼굴부터 돌리던 미국인들이 한국 막걸리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이유가 뭘까. 11일 새벽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최 대표에게 국제전화를 걸었다.

1983년 미국으로 건너간 최 대표는 가죽 옷과 가방 사업을 하다 가깝게 지내던 배중호 국순당 대표의 제안으로 2000년 국순당에 합류했다. “돈은 덜 벌어도 좋다. 한국의 전통주를 세계시장에 알리고 싶다”는 배 대표의 뜻에 공감했다고 최 대표는 전했다.

“매달 부산에서 LA 롱비치항구로 막걸리 1120박스(박스당 20병)짜리 컨테이너가 4개씩 들어옵니다. 뉴욕, 버지니아, 애틀랜타로 가는 것까지 포함하면 한 달 평균 컨테이너 7개, 15만6800병이 미국에서 소비되는 거죠.”

국순당 막걸리가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에 대해 “과거에는 열처리를 한 살균막걸리가 유통됐지만 2010년부터는 특유의 부드러움과 유산균이 살아 있는 생막걸리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밝혔다.

국순당은 통상 15일이 소요되는 미국 수출 전 과정에 걸쳐 냉장 운송·보관·진열하는 ‘콜드체인시스템’을 구축, 유통기한을 30일로 늘렸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한국 드라마·가요 등으로 좋아진 한국의 이미지와 꾸준히 참가해온 현지 시음행사가 인기몰이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LA타임스가 매년 패러마운트 스튜디오에서 개최하는 시음행사를 포함해 작년에만 주류페스티벌에 11번 참가했다”며 “처음엔 맛이 이상하다고 했던 미국인들이 이제는 부스로 찾아와 더 달라고 해, 준비해 간 200병이 오전에 모두 동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한국 식당에서의 인기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그는 “슈퍼마켓이나 리큐어스토어(주류전문점)에선 3.99달러지만 한식당을 찾아 12달러를 주고 막걸리를 즐기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의 꿈을 물어봤다. “일본술 사케가 미국에서 자리를 잡는 데 60년 이상이 걸렸지만 이제는 일식집을 찾은 미국인들이 자연스럽게 사케를 주문한다”며 “우리 막걸리도 비빔밥·파전 같은 음식과 함께 또 하나의 한류로 키워낼 것”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국순당 생막걸리는 2010년 1월 미국으로 수출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25만박스(500만병) 450만달러어치가 팔렸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