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과도한 복지지출 경계…야권 '무상 시리즈' 제동 걸릴 듯
19대 국회의 최대 화두는 복지다. 여야 모두 어떤 형태로든 복지 확대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맞춤형복지를 내건 여당이 예상 외로 4·11 총선에서 선전하면서 야권의 보편적·무상복지는 주춤할 수밖에 없게 됐다. 과도한 복지비 지출이 재정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보육은 무상이 대세

무상보육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이견이 없다. 당장 내년부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0~5세 아동에 대해서는 부모 소득에 상관없이 월 17만7700~39만4000원의 보육료가 지원된다. 보육시설에 다니지 않으면 월 10만~20만원의 양육수당을 받을 수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같은 공약을 내걸어 국회 통과가 확실시된다. 당초 정부는 만 0~2세와 5세는 전면 무상보육을 실시하되 3~4세는 소득하위 70% 계층에만 보육료를 지원할 계획이었다.

고등학교 무상교육도 여야 합의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은 도서지역 등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고교 무상의무교육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아동수당 도입 여부는 논란거리다. 민주당 등 야권은 0~5세 영유아에 보육비 지원과 별개로 월 10만원 아동수당 지급을 공약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아동수당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

◆무상급식·무상의료는 논란

[4·11 총선] 과도한 복지지출 경계…야권 '무상 시리즈' 제동 걸릴 듯
야권이 무상보육과 함께 보편적 복지의 핵심으로 추진해온 무상급식과 무상의료는 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초·중등학교 전면 무상급식과 함께 연간 입원비 본인부담 상한액을 소득에 따라 100만~200만원으로 인하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는 200만~400만원이 상한이다. 야권연대의 한 축인 통합진보당은 한 발 더 나아가 ‘병원비 100만원 상한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입원치료와 통원치료를 따지지 않고 모든 병원비 본인부담액을 최대 100만원으로 못박겠다는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무상급식을 공약에서 뺐다. 무상의료도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신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핵심의료 공약으로 제시했다. 본인부담 상환제에 대해서는 “적정수준으로 하향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인하 수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주거 정책에서도 양당은 차이를 보였다. 민주당은 무주택 빈곤층에 주택바우처(임대료 보조)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새누리당은 반대다. 저소득층에게 전세자금 이자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정도만 약속했다. 기초노령연금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두 배 인상을 공약한 반면 새누리당은 관련 공약이 없다.
[4·11 총선] 과도한 복지지출 경계…야권 '무상 시리즈' 제동 걸릴 듯
◆재정 고려한 복지 필요

복지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복지 재원 확보가 필수다. 이번 총선 결과는 유권자들이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복지’에 손을 들어준 측면이 있다. 복지 공약 실현에 소요되는 비용은 새누리당이 5년간 연간 15조원 수준인 반면 민주당은 5년간 연간 32조원으로 두 배 이상 많다.

그러나 이보다 더 들 것이란 관측이 많다. 기획재정부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복지공약을 모두 실현하려면 향후 5년간 매년 53조6000억원씩 총 268조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올해 복지 예산(92조6000억원) 대비 58%씩 복지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다. 복지 공약 이행 과정에서 재원 마련을 둘러싸고 정부와 정치권의 갈등이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한정된 예산으로 뭔가를 하려면 지금까지 하던 것 중 뭔가를 하지 않아야 하는데 정치권은 ‘뭘 하겠다’는 말만 해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도 “부자한테까지 복지혜택을 확대하게 되면 진짜 복지가 필요한 사람은 혜택을 못 받거나 덜 받게된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