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펀드 한번 가입해보시죠. 지난해같이 변동성이 큰 장에서도 연 15%의 수익률을 올릴 정도로 수익성도 좋습니다.”

서울 도곡동 소재 프라이빗 뱅킹(PB) 센터를 거래 중인 윤모씨(65)는 전담 PB팀장의 권유로 연초에 만기가 돌아온 6개월짜리 환매조건부채권(RP) 투자금 1억원을 공모주 펀드로 돌렸다. 하지만 그가 가입한 공모주 펀드는 연초 이후 1%대의 저조한 수익률로 속을 태우고 있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리+알파’를 추구하는 안정형 상품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선 지점들의 과장된 마케팅이 쏠림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 자금, 갈 곳에만 간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요즘 갈 곳 잃은 시중자금이 몰리는 대표적인 금융투자상품으로 △글로벌 하이일드채권형 펀드 △공모주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3인방’을 꼽는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글로벌 하이일드채권형 펀드에는 1892억원, 공모주 펀드에는 677억원이 각각 순유입됐다.

ELS는 지난달 5조원 넘게 발행돼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황규용 한국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차장은 “주식형 펀드의 환매 ‘러시’가 이어지는 가운데 3인방을 제외하면 돈이 들어오는 상품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쏠림 부추기는 지점 마케팅

증시 변동성이 커져도 손실을 볼 우려가 적다는 게 이들 3인방 상품에 자금이 몰리는 이유다. 문제는 일선 지점 판매창구에서 PB들을 통해 이뤄지는 잘못된 투자 권유가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성과는 부풀리고 실패 사례는 감추는 ‘침소봉대(針小棒大)형’ 마케팅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 압구정동에서 영업 중인 한 PB센터장은 “올 들어 은행권을 중심으로 공모주 펀드 마케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지난해 사모로 판매된 M자산운용의 공모주 펀드가 연 15%의 수익률을 올린 사례가 집중적으로 소개됐는데, 이게 주효했다”며 “공모주 펀드의 투자 실패 사례를 언급한 PB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자산운용사가 첫선을 보이는 상품에 대해 “1호 상품인 만큼 반드시 성공적으로 운용될 것”이라고 권유하는 ‘1호 마케팅’도 일선 지점에서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들이 개인 ‘큰손’들을 대상으로 한국형 헤지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국내 유수의 운용사들이 첫선을 보이는 상품이라 트랙 레코드(실적)를 우수하게 가져가기 위해서 수익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식의 가입 권유가 많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우려되는 부작용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일선 지점에서 관례화된 이 같은 마케팅으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모주 펀드의 경우 성공 사례도 있지만, 지난해 8월 급락장을 거치면서 운용사가 매도 타이밍을 놓쳐 5% 미만의 저조한 수익에 머무는 사례도 많다.

2010년 상반기 증권사들이 줄줄이 선보였던 1세대 스팩들은 1호 마케팅이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은행 및 증권사 PB센터 관계자들은 스팩에 대해 “증권사들이 야심차게 내놓은 신상품인 만큼 실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가입을 권유했다. 하지만 이들 1세대 스팩들은 적당한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해 상당수 청산수순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