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CFO 리포트] (2) CFO가 닮고 싶어하는 CFO 1위는…'관리의 삼성' 틀 세운 최도석
현직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국내외 CFO는 누구일까.

국내 CFO 중에선 최도석 전 삼성카드 부회장이 1위에 올랐고, 해외에선 조지 레이에스 전 구글 CFO가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이 삼성전자 등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기준 100대 기업 중 설문에 응답한 78개 업체의 CFO와 재무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국내 기업의 전·현직 CFO 중 직무 수행 능력이 가장 뛰어나 벤치마크하고 싶은 사람’을 묻는 질문엔 조사 대상자 중 65%인 51명이 답했다.

응답자 중 23.5%가 최 전 부회장을 최고의 CFO로 꼽았다.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관리의 삼성’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재무를 중심으로 경영 인프라 선진화에 기여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1975년 제일모직에 입사한 최 전 부회장은 1981년 삼성전자로 옮겨 27년 이상 재무분야에서 일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회사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비용절감과 한계사업 매각에 나서 위기를 선제적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9년 1월 삼성카드 사장으로 이동한 뒤 2010년 부회장으로 승진, CFO 출신 CEO(최고경영자)의 대표주자로 인식돼 왔다.

이재경 (주)두산 부회장은 유효 설문의 17.6%를 얻어 최 전 부회장 뒤를 이었다. 소비재 위주였던 두산의 사업구조를 중공업 중심으로 바꾸는 데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능력으로 회사 가치를 극대화했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이 부회장은 1973년 두산건설(옛 동산토건)에 입사해 두산식품, 두산음료, 오비맥주 등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쳐 (주)두산 대표이사 사장에 이어 2007년 말 (주)두산 부회장에 올랐다. 박용만 두산 회장을 도와 2000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과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잇따라 인수하는 실무 작업을 맡았다.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때 능력을 발휘한 하성민 SK텔레콤 사장과 산업은행 민영화를 지휘하고 있는 최윤석 KDB금융지주 부사장은 9.8%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하 사장은 2002년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합병할 때 CFO 역할을 했고 2008년에는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의 합병도 이끌었다. 지난해에는 성장이 정체된 통신산업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SK플래닛 출범, 하이닉스 인수 등을 성사시켰다.

최 부사장은 1982년 산은에 들어와 자금부장, 발행시장실장 등을 거쳤다. 올해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KDB금융그룹의 민영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변용희 STX 사장과 정도현 LG전자 부사장은 5.9%로 공동 5위에 올랐다.

외국인 중에서는 레이에스 CFO가 15.7%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을 도와 구글 비즈니스의 틀을 잡고 기업공개(IPO)를 주도한 뒤 2008년 물러났다. 데이비드 비니아르 골드만삭스 CFO(11.8%)와 존 커너스 전 마이크로소프트 CFO(9.8%) 순이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