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반짝' 엔저…추세 꺾이나
엔화가 시험대에 올랐다. 모처럼의 ‘엔저(低)’는 한 달여 반짝하고 다시 꺾이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재확산된 반면 일본 경제의 회복세는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주 예정된 미·일 양국 중앙은행의 금융정책 발표가 엔·달러 환율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오전 한때 달러당 81.28엔까지 올랐다. 지난 주말에 비해 1엔 이상 상승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호주 등 해외 외환시장이 부활절로 휴장하는 바람에 그나마 변동폭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전해진 경기불안 뉴스가 엔화 매수세를 부추겼다. 미국의 비농업부문 취업자 수는 12만명에 그치며 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국채입찰은 예상보다 부진했다. 반사적으로 안전자산격인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화가 강세로 돌아선 것이다.

일본의 지난 2월 경상수지가 1조1778억엔의 흑자를 냈다는 이날 오전의 발표도 엔화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2개월 만의 흑자 전환이다. 흑자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작년 9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수출 호조로 무역수지 흑자폭이 커진 것이 주 원인이다. 1월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는 소식이 전해진 2월 말부터 ‘엔저’가 시작된 것과는 반대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시장의 관심은 일본과 미국의 중앙은행으로 쏠리고 있다.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9일과 10일 이틀간 금융정책회의를 연다. 추가적인 금융완화정책 발표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다. 일본은행이 동원할 수 있는 카드로는 장기국채 매입 등이 거론된다. 지금까지 일본은행은 만기가 2년 이하인 국채만 사들였다. 65조엔 규모의 국채 매입 한도를 추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일본은행은 2월 국채 매입 한도를 10조엔 증액하고,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기 위해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1%로 높인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악화된 상황에서 벤 버냉키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도 엔화는 영향을 받게 된다. 추가 양적완화 정책 가능성을 내비치느냐가 관건이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