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이 '팔자'에 나서면서 31포인트 넘게 급락, 한달여 만에 2000선 아래로 후퇴했다. 코스닥지수도 3% 이상 폭락해 올해 들어 처음으로 500선을 하회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1.95포인트(1.57%) 떨어진 1997.08로 장을 마쳤다. 거래일 기준 사흘 만에 하락 전환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가 '성 금요일'을 맞아 휴장했다. 이 가운데 발표된 3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수는 12만명 늘어나는 데 그쳐 시장 예상 증가치인 20만6000명에 크게 못 미쳤다.
이에 코스피지수는 2000대로 밀려 내림세로 장을 시작했다. 장 초반부터 기관과 프로그램 매물이 지수 발목을 잡았고, 이후 외국인도 '팔자'로 돌아서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장중 2000선을 하회한 지수는 2000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하는 흐름을 보인 끝에 지난달 7일 이후 처음으로 2000선 아래서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57억원, 772억원 매도 우위로 장을 마무리지었다. 개인은 2359억원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프로그램 매물이 점증하면서 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차익거래는 1071억원, 비차익거래의 경우 1291억원 순매도를 기록해 전체 프로그램은 2362억원 매도 우위로 집계됐다.
대다수 업종이 하락했다. 의료정밀, 건설, 기계, 증권, 운수창고 등이 3~4%대 떨어졌고, 은행, 보험, 전기전자, 철강금속 등도 1~2%가량 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음식료, 화장품 등 내수 관련 종목들은 경기 방어주 메리트가 부각되며 하락장에서 강세를 보였다. 이에 음식료 업종지수의 경우 전 업종 중 유일하게 상승했다. 오리온이 4.74%(3만8000원) 뛴 84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CJ제일제당(3.35%), 대상(3.27%) 등의 종목이 오름세를 나타냈다.
화장품 관련주들도 강세를 탔다. '미샤' 브랜드로 유명한 화장품 업체 에이블씨엔씨가 1.51%(650원) 상승한 것을 비롯해 아모레퍼시픽(1.25%), LG생활건강(1.40%) 등도 올랐다.
코스닥지수도 480선으로 추락, 지난해 12월28일 이후 처음으로 500선을 하회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61포인트(3.30%) 급락한 486.80으로 장을 마감했다.
기관의 매물 출회가 이어진 상황에서 외국인도 '팔자'에 합세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지수 낙폭은 더욱 깊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기관은 198억원, 외국인의 경우 1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개인은 198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전 업종이 하락했다. 운송, 소프트웨어가 6~7%대 빠져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비금속, 통신서비스, 출판·매체복제, 인터넷, 건설, 정보기기, 일반전기전자, 화학 역시 4%대 내림세를 나타냈다.
시가 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부분 미끄러졌다.
정치 테마주들은 오는 11일 총선을 앞두고 급락했다. 바른손, 솔고바이오, 유성티엔에스가 하한가를 기록했고, 안철수연구소, 서한, 아가방컴퍼니도 9~12%대 떨어졌다. 유가증권상장사인 우리들생명과학, 에이엔피는 하한제한폭까지 밀렸다.
증권가에선 2000선 부근으로 설정됐던 코스피지수의 박스권 하단이 1930~1950 구간으로 한 단계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미국 경기 회복 속도 둔화에 대한 실망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불거지면서 매물이 출회되겠지만 저가 매수세 유입과 맞물리면서 박스권이 다소 후퇴하는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분석팀장은 "증시가 추세적으로 재차 하락 국면으로 전환하기보다는 조정을 거치면서 200일 이동평균선(1928.21)과 120일 이평선(1929.11)이 맞물리는 1930~1940 구간에서 지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1차 지지선은 경기선인 60일 이평선(1995.52)이 놓인 1995 부근이 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환율은 이틀째 오름세를 나타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50원(0.57%) 뛴 1138.2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경닷컴 오정민·정인지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