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아닌 정치적 접근 안타까워"
“현재 세계 무역의 50% 이상이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전 세계 무역의 73%가 FTA로 이뤄질 전망이죠. 이제 FTA 세상이 활짝 열릴 겁니다.”
지난 7일 서울 잠실동 한국FTA산업협회 교육원에서 열린 이창우 한국FTA연구원장(한국외국어대 교수)의 강의. 20여명의 대학생이 강의실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이 원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건 물론,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준비한 노트에 꼼꼼히 필기를 했다.
주말임에도 강의를 들으러 온 이들은 ‘FTA전국대학생동아리연합회’에 소속된 학생들이다. 연합회는 한국외국어대 경기대 숭실대 순천대 등 전국 17개 대학 학생들이 FTA를 연구하기 위해 만든 동아리와 학회의 모임이다. 회장인 김준희 씨(한국외국어대 경영학과 3학년)는 “2년 전부터 각 대학의 FTA 과정을 들은 학생들이 FTA를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1년 전에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이라고 소개했다.
학생들은 매주 목요일 오후 6시에 만나 FTA를 공부한다. 협정문을 원문으로 살펴보고 관세 세무 통관 등 분야별 학습을 병행한다. FTA 전문가를 초청해 수업을 받기도 한다. 이날 강의도 전국 대학에서 FTA 과정을 강의한 이 원장과의 인연으로 열렸다. 박혜란 씨(순천대 사학과 3학년)는 “학교에서 배우기 어려운 내용을 동아리를 통해 공부하고 있다”며 “함께 모여서 공부하다 보니 시너지 효과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FTA가 경제적인 측면이 아닌 정치적인 영역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데 대한 아쉬움이 컸다는 게 이들이 모임에 참여한 이유다. 김영록 씨(경기대 무역학과 4학년)는 “FTA가 멈출 수 없는 흐름이라면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대학생인 만큼 FTA에 대해 학술적인 접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민영 씨(숭실대 행정학과 3학년)는 “조선시대에 수구파와 개화파로 나뉘었던 것처럼 어느 사안에나 찬반은 있게 마련”이라며 “FTA를 반대하는 대학생들도 많지만 우선 FTA에 대한 지식을 쌓고 싶다”고 전했다.
FTA를 공부하면 취업에 도움이 될 거라고 여기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강성훈 씨(경기대 무역학과 4학년)는 “기계·화학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은데 취업하기 전에 FTA를 전문적으로 알아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FTA 체결로 상품별·지역별 협정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회는 FTA와 관련, 해외 학생들과도 교류할 생각이다. 일본 아시아태평양대(APU)를 휴학하고 한국에 온 김정완 씨(국제경영학과 3학년)는 “연합회 학생들과 함께 FTA 세미나를 듣고 모임에 참여하게 됐다”며 “복학해서 칠레 미국 등 한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의 학생들과 FTA 연구동아리를 만들어 한국 학생들과 인연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