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가 다음달 브라질 남부 산타카타리나주에 트랙터 공장을 착공한다. 현 생산 라인으로는 급증하는 트랙터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LS는 초기 생산 라인 건설에 200억원을 투입해 내년 6월 브라질 공장을 1차 완공할 계획이다. 100마력 미만의 중소형 트랙터를 연 1만대 생산한 뒤 글로벌 수요에 따라 생산량을 늘려갈 방침이다.

◆“이젠 월말가족 됐어요”

‘트랙터 상한가’ 분위기는 생산 현장에 넘쳐 흘렀다. 지난 6일 전북 완주군에 있는 LS엠트론 전주공장. 정기표 현장총괄 반장(58)은 “주말마다 집에 가는 주말 가족이었는데 이젠 월말 가족이 됐다”며 “34년간 이곳에서 근무했지만 요즘처럼 바쁜 때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이 데이트할 시간 좀 달라고 아우성인데 나도 한 달에 한 번 가족 얼굴을 본다는 말로 달래고 있다”고 전했다.

원래 공장 직원 340여명 중 40%가량이 정 반장 같은 주말 가족이었다. 2005년 LS엠트론 트랙터 공장이 경기 군포에서 이곳으로 옮기면서 생긴 일이다. 지난해부터 일감이 쏟아져 2주일에 한 번 주말을 쉬더니 최근 관리자급은 격주로 돌아오는 주말 휴무조차 쓰지 못하고 있다.

김용규 트랙터 생산관리팀장은 “총선이 있는 11일에도 정상 근무를 할 수밖에 없어 직원 모두 부재자 투표를 하고 올 정도니 할말 다 한 것 아니냐”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생산 현장만 바쁜 게 아니었다. 트랙터를 국내외 영업법인으로 나눠 주는 김덕구 트랙터 사업기획팀장은 국제전화 받기가 무섭다고 했다. 보이스 피싱 때문이 아니다. “트랙터 좀 보내달라”는 해외 딜러들의 빗발친 요구 때문이다.

주문 쇄도로 라인 증설

자체 물량 소화에 바쁘다 보니 세계 2위 트랙터 생산회사인 CNH(이탈리아 피아트 계열)의 주문을 받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하는 일정도 겨우 맞추고 있다.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주말 농장을 운영하는 미국인이 늘고 중국 인도 브라질 농촌지역의 기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생긴 일이다.

이 때문에 LS엠트론은 트랙터 생산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10년 중국 칭다오에 처음 해외 트랙터 공장을 세운 데 이어 다음달 브라질에 트랙터 공장을 착공한다.

오는 8월엔 국내 트랙터 공장 바로 옆에 있는 일반 부품 라인을 트랙터 라인으로 전환하고 내년엔 같은 지역에 있는 공조 공장을 트랙터 공장으로 바꿔 국내 생산량을 현재 두 배인 연 4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이광원 LS엠트론 트랙터사업부장(부사장)은 “공장을 확 늘리고 싶지만 협력 업체들의 생산성이 따라오지 못해 마냥 라인을 증설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생산성 혁신 운동에 힘쏟고 있다. 전체 공정 수를 10개에서 8개로 줄여 트랙터 한 대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작년 말 11분에서 9분30초로 단축했다. 지난달엔 또다시 8분30초로 줄였다.

2008년 1593억원이었던 트랙터 부문 매출은 3년 만에 두 배 수준인 3030억원으로 늘었다. 내년부터는 연 2000억원가량 매출을 늘려 2015년에 1조원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일본 잡고 100조원 시장 빅4로 성장”

LS의 트랙터 사업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다. LS전선(당시 LG전선)이 1983년 옛 한국중공업에서 트랙터 사업을 인수한 뒤 수십년간 트랙터 사업은 제자리였다. “농민을 상대로 돈벌이를 해서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과 국내만 바라보는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 탓이었다.

2008년 LS전선에서 트랙터 등 기계 사업 부문을 떼내 LS엠트론을 만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구자열 LS전선 회장은 트랙터 본체에 어떤 기계를 다느냐에 따라 논밭을 갈기도 하고 제초기나 굴삭기로 쓸 수 있는 편의성에 주목했다. 무엇보다 전 세계에 연 100조원 시장이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극일(克日)’이라는 목표도 세웠다. 일본 구보다가 대당 5000만원 이하인 소형 트랙터 시장을 잠식해 세계 4위 트랙터 업체로 발돋움했는데 세계 10위권인 우리가 못할 게 없다고 판단했다. 이광원 부사장은 “반도체와 자동차처럼 트랙터에서도 일본을 이기고 2020년에 글로벌 ‘빅4’로 도약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완주=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