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조선 기자재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강 사장은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첫째인 딸은 대학을 졸업한 뒤 아버지 회사에서 재무관리와 영업, 현장관리 등 전반적인 업무를 보고 있다. 둘째인 아들은 대학원에서 정보기술(IT) 관련 공부를 하면서 가끔 사업장에 나와 일을 돕는다. 강 사장은 당초 아들에게 가업을 물려주고 꼼꼼한 성격의 딸이 도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조선 기자재 산업이 현장 중심이어서 아들이 맡는 게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금은 딸에게 가업을 물려주고, 아들에게는 본인이 원하는 창업을 도와주기로 마음을 바꿨다.

강 사장이 고민하는 부분은 가업상속 공제다. 올해부터 가업상속 공제율이 상향 조정됐고 공제금액도 최대 300억원까지 확대됐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하지만 가업상속 공제는 말 그대로 상속 시점에 이뤄지는 제도다. 현재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자녀에게 강 사장이 당장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때 가업승계 증여특례와 창업자금 증여특례 제도를 활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첫째인 딸에게는 가업승계 증여특례로 일부 주식을 증여하고, 둘째인 아들에게는 창업자금 용도로 증여하는 것이다.

가업승계 증여특례는 성인 자녀가 만 60세 이상 부모로부터 10년 이상된 가업의 승계를 목적으로 주식 등을 증여받을 때 최대 30억원 한도로 과세가액에서 5억원을 공제하는 제도다. 10%의 단일 세율로 증여세를 신고하면 된다.

창업자금 증여특례 역시 성인인 자녀가 중소기업을 창업할 때 가업승계 증여특례와 같은 조건의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성인 1명당 3000만원까지만 공제하고 30억원 기준 40% 구간의 최고 증여세율을 적용하는 일반 증여와 비교할 때 상당한 세금혜택을 주는 것이다.

이 제도는 내년까지만 한시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엄격한 사후관리가 뒤따르고 증여시기와 관계없이 추후 상속재산 가액에 합산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가업승계 증여특례는 본인의 가업을 물려주려는 경우에만, 창업자금 증여특례도 반드시 그 목적에 맞는 때에만 신청해야 한다.

강 사장처럼 이런 특례제도를 통해 자녀들에게 가업을 안정적으로 승계할 수 있도록 하고 창업의 기회를 주는 것은 특례제도의 본래 취지이기도 하다. 사전증여 특례를 활용해 세금혜택보다 더 소중한 창업의 도전정신을 물려주는 것이야말로 자녀들에겐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정봉진 삼성패밀리오피스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