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4일 경북대에서 한국경제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균형과 조화를 도외시하고 양적인 성장에만 매달리면서 힘들어진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정부는 이제 정책목표를 성장이 아니라 일자리로 잡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 성장을 위해 뛰고 정부는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혜택을 제공하는 역할분담을 하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자리 창출이 우리경제의 핵심 과제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방법인데 안 교수가 제시한 처방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우선 성장은 기업이, 고용은 정부가 책임지라는 제안은 수긍하기 어렵다. 성장과 고용은 따로 떼서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커가는 기업은 정부가 아무 혜택을 안줘도 고용을 늘리게 마련이다. 반대로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기업이 성장하지 않으면 일자리는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마치 정부만 열심히 노력하면 일자리가 생길 것처럼 말한 것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도식적인 분석에 불과하다.

“양적 성장에 매달리다 우리경제가 힘들어졌다”는 진단도 잘못됐다.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고 OECD 회원국, G20의장국이 된 것은 양적 성장에 집중한 결과다. 안철수 연구소 같은 벤처기업이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환경을 만든 것 역시 성장 드라이브 정책이다. 안 교수 말처럼 균형과 조화에 집중했다면 전쟁으로 폐허가 된, 자원 하나 없는 한국이 어떻게 반세기 만에 지금 같은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겠는가.

우리경제가 힘든 상태인지도 의문이다. 요즘 한국만큼 안정된 나라도 드물다. 물론 빈부격차, 청년실업, 대·중소기업 간 갈등 같은 문제는 있다. 하지만 이는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거의 모든 나라가 겪었던 성장통 같은 것이다. 이를 이유로 성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 오히려 성장으로 해결하는 게 옳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지지자가 많은 안 교수다. 감정에 호소하는, 이분법적이고 대립적인 경제관보다 통계와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 해법을 제시하는 게 마땅하다. 더욱이 대권을 꿈꾼다면 소박하고 소꿉장난과도 같은 경제관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