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달러를 투입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배틀쉽’이 오는 11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트랜스포머’를 히트시킨 미국 엔터테인먼트회사 하스브로의 동명 보드 게임을 원작으로 외계인과 지구인이 바다 위에서 펼치는 전쟁을 화려하게 그려냈다.

‘핸콕’과 ‘킹덤’의 피터 버그 감독이 연출했고, 할리우드 신성 테일러 키치(‘존 카터’의 주인공)를 비롯해 리암 니슨,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팝스타 리하나, 톱모델 출신 브루클린 데커 등이 출연했다. 영화 홍보차 내한한 버그 감독이 5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과의 각별한 인연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버지가 해병대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는데, 그분은 그 사실을 늘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김치를 매우 좋아합니다. 중독돼서 거의 매일 먹습니다. 이번 방한 기간에도 24파운드(11㎏)나 먹었어요.”

‘배틀쉽’은 그에게 큰 도전이었다고 한다. 원작 게임은 다섯 척의 배로 펼치는 단순한 전투였지만 여기에 생명을 불어넣어야 했기 때문이다.

“선박 안의 인간 관계는 어떻게 맺어질까, 생명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등을 연구했습니다. 단순한 게임을 대형 영화로 만들기 위해 창의력을 총동원했죠.”

이야기는 전형적인 선악구도에서 벗어났다. 하와이 근처 바다로 내려온 외계인들은 무턱대고 지구인들을 공격하지 않지만 미국 함대의 공격을 받자 엄청난 화력으로 함대와 도시를 초토화시킨다.

“‘배틀쉽’의 외계인들은 ‘E.T’보다는 난폭하지만 ‘에일리언’보다는 덜 폭력적입니다. 전투병이 아니라 과학자거든요. 그들은 우리의 신호를 받고 지구를 관찰하기 위해 왔습니다.”

그러나 서로를 불신하면서 비극으로 치닫는다. 영화의 밑바닥에는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철학이 깔려 있다. 호킹 박사는 “다른 행성에 우리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신호를 보내는 일은 끔찍하다. 외계인이 신호를 알아차리고 왔을 때 지구에 우호적일 확률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신호를 보내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고 말했다.

2차대전에서 일본을 이긴 전함 미주리호를 다시 불러내 미국과 일본 해군이 외계인과 최후의 결전을 벌이는 대목도 독특하다. 다른 신형 구축함들이 외계인의 공격으로 파괴된 후 전시용 미주리호만 남았다.

“미주리호를 실제 움직이면서 촬영했습니다. 그러나 엔진이 돌지 않아 6척의 보트로 견인했지요. 1억달러짜리 보험에 가입한 뒤 두 시간만 촬영하도록 허가받았어요.”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진주만에 갔다가 일본 군함과 미국 군함이 나란히 있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적국이 이제는 우방국이 됐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용서의 힘을 보여주면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될 수 있는, 감동적인 변화를 그려내고 싶었어요. 일본에서 시사회를 한 결과 일본 해군장교 역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고 기자들이 칭찬하더군요. ‘배틀쉽’ 속편에는 제가 좋아하는 이병헌을 캐스팅해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외계인을 물리치는 사람들은 문제아이거나 장애인, 여성 등 약자들이다. 인정받는 지휘관들은 외계인의 공격으로 일찌감치 숨졌다. 곧 쫓겨날 위기에 처한 해군장교 역을 해낸 키치는 이날 동석해 “사고뭉치 해군장교 하퍼 역을 했다”며 “실패가 두려워 처음에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다가 지휘관이 되면서 잠재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연인 역 브루클린 데커는 “여성들에게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강력한 두 여성이 나오기 때문이다. 버그 감독의 영화에서 여성들은 늘 파워풀하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