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기술 부족 만회하려 조직적 유출 범죄"
LG "양사간 인력 이동 불가피…정보 유출 없었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가 개발한 90조 원대 가치의 능동형 유기발광 다이오드(아몰레드, AMOLED) 기술이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LGD) 측에 유출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SMD 측은 LG 경영진이 자사 아몰레드 핵심기술과 인력을 빼내기 위해 범죄를 주도했다며 공식 사과와 관련자 퇴사조치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SMD는 민ㆍ형사상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LGD는 SMD의 기술정보를 필요로 하고 있지도, 입수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5일 경기지방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대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대형 아몰레드 TV 제조 기술을 념겨받은 LG디스플레이(LGD) 임원 등 5명과 SMD의 전현직 연구원 6명 등 11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중 SMD 수석연구원 조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씨는 LGD 임원으로부터 관련 기술을 넘겨주면 파격적인 직급과 연봉으로 LGD에 입사시켜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자료를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LGD로의 이직이 무산되자 위장 컨설팅 회사를 차린 뒤 LGD의 협력업체로 있는 YAS(야스)라는 장비업체에 아몰레드 관련 자료를 넘겨줬다. 이 대가로 1억9000만 원에 달하는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 외에 전 SMD 연구원 박씨 등 3명은 지난해 5월~12월 사이 순차적으로 퇴사, LGD로 이직한 후 아몰레드 관련 비밀을 누설했다. 현 SMD 연구원 강씨 등 2명은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등으로 박씨 등에게 관련 자료를 전달했다.

아몰레드란 백라이트에 의해 빛을 발하는 액정표시장치(LCD)와 달리 스스로 빛을 발하는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LCD에 비해 응답 속도가 1000배 이상 빨라 잔상 없이 자연색을 재현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SMD는 지난 4년간 500여명의 연구원과 1조1000억 원의 연구비를 동원해 세계 최초로 관련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 아몰레드 기술의 시장 선점 효과는 90조 원대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에 조씨 등에 의해 유출된 기술은 '스몰 마스크 스캐닝' 으로 불리는 아몰레드 증착 기술의 하나다. 아몰레드 패널의 증착 공정이 휴대폰 등 소형 제품 생산만 가능한 단점을 개선해 기판에 작은 마스크가 움직이면서 OLED 패널을 증착해 대형 OLED TV 양산 설비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지난 1월 삼성전자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CES에서 선보인 55인치 OLED TV에도 SMD의 SMS 기술이 적용됐다. 당시 LGD는 삼성 TV가 화면의 미세한 점들이 직접 빨간색·녹색·파란색을 내는 RGB OLED 방식을 쓴 것과 달리 흰색을 내는 반도체에 컬러 막을 씌워 색을 표현하는 W-OLED 방식의 제품을 LG전자와 함께 선보였다.

SMD 관계자는 "W OLED는 진정한 의미의 아몰레드가 아니기 때문에 LGD 역시 RGB 방식으로 돌아설 수 밖에 없다" 며 "이를 위해 RGB에 반드시 필요한 SMS 기술 유출을 시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LG가 기술력 부족을 단기간에 만회하기 위해 삼성의 기술과 핵심인력을 탈취한 것" 이라며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최고 경영진의 사과 및 부당 스카우트 인력에 대한 퇴사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LGD는 그러나 SMD가 분사와 합병 등으로 인한 자신들의 문제를 단속하기 위해 이번 사건을 이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내부 문제를 덮기 위해 경쟁 업체인 LGD 흠집내기를 시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LGD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우리 측에서 전직한 연구원의 숫자가 30여 명 이상이고, 2000년 이후 누적 80명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 며 "SMD가 양사 간 인력 이동을 문제삼는다면 LGD 또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LGD에서 양산을 앞두고 있는 W OLED 기술은 경쟁사의 RGB 방식과는 증착 방식이 전혀 다르다" 며 "경쟁사의 기술 정보를 필요로 하지도 않고 입수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