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10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가스자원이 있다. 이 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발표한 연두교서에서 셰일가스를 두고 한 말이다. 셰일가스는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층인 셰일층에 있는 천연가스로, 난방용 연료와 석유화학 공업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엑슨모빌 토탈 등이 셰일가스 사업을 하고 있고, 중국 국영기업들도 외국 기업을 인수하고 합작투자를 하는 등 셰일가스 개발에 뛰어들었다.

셰일가스는 지금까지 확인된 매장량만 187.4조㎥에 이른다. 전 세계가 59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잠재 매장량은 최대 635조㎥로 추정된다.

석유나 기존 천연가스(전통가스)와 달리 전 세계에 고르게 분포한다는 점도 셰일가스가 주목받는 이유다. 전통가스는 중동(41%) 러시아(24%) 등에 집중적으로 매장돼 있는 반면 셰일가스는 중국과 미국에 가장 많이 묻혀 있다. 중국과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에 적극적인 것은 중동과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북미 지역 셰일가스 생산량은 2000년 84억㎥에서 2010년 1288억㎥로 15배 늘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미국의 가스 생산량 중 셰일가스 비중이 2010년 23%에서 2035년 49%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셰일가스는 앞으로 관련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가스산업은 셰일가스 공급량이 증가하면서 저가격 시대를 맞을 것이다. 미국 내 가스 가격은 2008년 1MMBtu(약 0.15)당 8.9달러에서 지난 1월 2.4달러로 하락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수입하는 가격의 4분의 1 수준이다.

미국은 과거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을 금지했지만 지난해 미국 에너지부는 연간 5880만의 가스 수출을 승인했다. 미국의 셰일가스 수출이 본격화하면 전 세계적으로 가스 가격이 안정되는 저가격 가스 시대가 열릴 것이다.

석유화학산업의 판도도 달라지고 있다. 미국 석유화학산업은 2006년을 기점으로 부흥기에 진입했다. 셰일가스가 개발되면서 가격이 저렴해진 가스를 원료로 사용,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다. 미국 내 석유화학산업 신규 투자도 확대되는 추세다. 12개 기업이 2018년까지 매년 1254만t 규모의 에틸렌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석유화학기업은 석유에서 분리한 나프타를 주 원료로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가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전력산업에서도 가스 발전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발전은 석탄이나 석유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적인 전기 생산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셰일가스가 궁극적으로 미국과 세계 경제를 부활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진단까지 나온다. 가스 가격이 하락해 주요 산업의 비용이 줄어들고 신규 투자 및 고용을 이끌어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시추관, 파이프라인용 강관, LNG선 등 셰일가스 생산 확대에 따른 연관 산업의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나프타에서 가스로 주 원료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정유경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yk60.jung@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