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전력난 '복병'…공장마다 자가발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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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1년 살아나는 일본경제 <下>
각종 반찬을 낱개로 포장해 판매하는 일본 기업 로크필드. 이 회사는 요즘 테이크아웃용 샐러드 용기를 새롭게 바꾸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용기 공급업체가 원유가 인상을 이유로 10% 이상 단가를 높여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로크필드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4.5%. 반찬 그릇 가격을 올려주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는 구조다. 이와타 고조(岩田弘三) 로크필드 사장은 “모처럼 내수가 살아나는 분위기인데 고유가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걱정했다.
지진 이후 체력을 많이 회복하긴 했지만 일본 경제는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유가가 뛰기 시작했고 다른 나라와 달리 전력 부족도 큰 고민거리다. 올 들어 엔화 가치가 떨어져 수출기업들이 한숨 돌리고 있지만 자칫 ‘엔고’로 되돌아갈 여지도 적지 않다.
◆불안한 그림자, 고유가와 전력난
올 들어 유가는 연일 뜀박질이다. 지난달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120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월간 기준으로는 2008년 6월과 7월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유가 상승으로 미주 시장 등에서 일본산 친환경차량 판매량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고유가가 지속되면 가계의 전반적인 구매력도 결국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 가지 고민을 더 안고 있다. 원전 가동 중단으로 인한 전력 부족이다. 작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총 54기의 원자력발전소 중 현재 52기가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나머지 2기도 이달 말이면 멈춰선다.
한시적이지만 ‘원전 제로’ 상태에 접어든다. 원전을 화력으로 모두 대체하더라도 올해 일본의 총전력 공급량은 전년 대비 7%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화력발전은 원전보다 발전단가가 높다.
게다가 유가도 오름세다. 노무라증권 등 일본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지금처럼 원전 가동 중단 상태가 지속될 경우 전력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과 화석연료 수입 증가로 파생되는 전기료 인상으로 인해 일본 경제성장률이 최대 1.0%포인트까지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가중되는 기업 부담
일본 화장품 대기업 고세는 최근 주력 생산설비가 있는 군마(群馬)현 공장에 자가발전설비를 짓기 시작했다. 오는 7월 완공이 목표다. 여름철 전력난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발전설비 공사엔 3억엔 이상의 자금이 들어갈 전망이다. 철강회사인 다이도특수강도 전기로를 천연가스 용광로로 전환키로 방침을 정했다. 기업들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수출기업들의 체력 회복에 도움을 주고 있는 ‘엔저’도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투명하다. 미국과 유럽 경기에 대한 우려가 다시 높아지면 곧바로 엔화 매수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지난달 달러당 84엔대까지 떨어졌던 엔화 가치는 지난 주말 81엔대 후반까지 높아졌다. 수출기업의 실적 악화 우려가 다시 대두되면서 1만엔대에 안착하는 듯했던 닛케이평균주가도 4일 9800엔 선으로 푹 주저앉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엔저가 유지되는 동안 기업들이 하루빨리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 등을 통해 일본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로크필드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4.5%. 반찬 그릇 가격을 올려주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는 구조다. 이와타 고조(岩田弘三) 로크필드 사장은 “모처럼 내수가 살아나는 분위기인데 고유가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걱정했다.
지진 이후 체력을 많이 회복하긴 했지만 일본 경제는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유가가 뛰기 시작했고 다른 나라와 달리 전력 부족도 큰 고민거리다. 올 들어 엔화 가치가 떨어져 수출기업들이 한숨 돌리고 있지만 자칫 ‘엔고’로 되돌아갈 여지도 적지 않다.
◆불안한 그림자, 고유가와 전력난
올 들어 유가는 연일 뜀박질이다. 지난달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120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월간 기준으로는 2008년 6월과 7월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유가 상승으로 미주 시장 등에서 일본산 친환경차량 판매량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고유가가 지속되면 가계의 전반적인 구매력도 결국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 가지 고민을 더 안고 있다. 원전 가동 중단으로 인한 전력 부족이다. 작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총 54기의 원자력발전소 중 현재 52기가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나머지 2기도 이달 말이면 멈춰선다.
한시적이지만 ‘원전 제로’ 상태에 접어든다. 원전을 화력으로 모두 대체하더라도 올해 일본의 총전력 공급량은 전년 대비 7%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화력발전은 원전보다 발전단가가 높다.
게다가 유가도 오름세다. 노무라증권 등 일본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지금처럼 원전 가동 중단 상태가 지속될 경우 전력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과 화석연료 수입 증가로 파생되는 전기료 인상으로 인해 일본 경제성장률이 최대 1.0%포인트까지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가중되는 기업 부담
일본 화장품 대기업 고세는 최근 주력 생산설비가 있는 군마(群馬)현 공장에 자가발전설비를 짓기 시작했다. 오는 7월 완공이 목표다. 여름철 전력난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발전설비 공사엔 3억엔 이상의 자금이 들어갈 전망이다. 철강회사인 다이도특수강도 전기로를 천연가스 용광로로 전환키로 방침을 정했다. 기업들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수출기업들의 체력 회복에 도움을 주고 있는 ‘엔저’도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투명하다. 미국과 유럽 경기에 대한 우려가 다시 높아지면 곧바로 엔화 매수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지난달 달러당 84엔대까지 떨어졌던 엔화 가치는 지난 주말 81엔대 후반까지 높아졌다. 수출기업의 실적 악화 우려가 다시 대두되면서 1만엔대에 안착하는 듯했던 닛케이평균주가도 4일 9800엔 선으로 푹 주저앉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엔저가 유지되는 동안 기업들이 하루빨리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 등을 통해 일본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