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에서 연 4%대 예·적금 상품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가운데 산업은행과 우체국(우정사업본부)이 잇달아 고금리 상품을 선보이며 예금자 끌어 모으기에 나서고 있다. 산업은행은 민영화를 앞두고 수신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잃어버린 수신고객 회복을 위해 ‘뭉칫돈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우체국 최고 금리 연 4.25%

‘에버리치’ 브랜드로 우체국예금·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우정사업본부는 지난달 중순 대표적 예금상품인 ‘챔피언정기예금’의 금리를 한꺼번에 0.15%포인트나 올렸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지점장 전결금리 등을 포함해도 최고 연 3.7%밖에 주지 않았지만 3일 기준 이 상품의 금리는 연 3.85%다. 우리은행의 키위정기예금(연 3.7%), 하나은행의 빅팟정기예금(연 3.8%), 농협은행의 채움정기예금(연 3.59%) 등보다도 이자를 더 준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실버우대정기예금이나 2040+알파정기예금은 급여이체·체크카드발급·평잔유지 등의 조건을 만족하면 챔피언정기예금 금리에 최고 0.4%포인트를 더 얹어주기 때문에 전체 예금상품 최고금리는 연 4.25%”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우정사업본부의 이런 결정에 대해 의아해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 때문에 예금금리가 낮아지는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안승일 우정사업본부 주무관은 “금리가 낮아지면서 지난 1분기 고객들이 예금을 많이 뺐는데 이대로 고객 유출이 지속되면 곤란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정사업본부의 수신금액은 약 59조원인데 이 중 1분기에만 3조원 안팎이 빠져나갔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산은, KDB다이렉트가 무기

우체국의 금리 인상이 ‘수성형’이라면 산업은행은 ‘공격형’ 고금리 상품을 내놓고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수시입출금예금인데 아무런 조건 없이 연 3.5%를 주는 KDB다이렉트가 대표 상품이다. 다른 은행들이 최고 연 4% 등 높은 금리를 준다고 홍보하는 수시입출금상품은 대개 1년 중 일정 기간만, 혹은 100만원 이하 금액만 고금리를 적용하는 식의 ‘눈속임 상품’인 것과 대조적이다.

산은 KDB다이렉트는 6개월여간 2만8881명(2일 현재)이 가입했다. 유치잔액은 7849억원으로 가입자 1인 평균 2400만원을 예금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산은은 이외에 최고 연 4.5%를 지급하는 KDB다이렉트Hi정기예금 등도 선보이고 있다.

임경택 산업은행 부행장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시장에서 ‘몸값’을 제대로 받으려면 수신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돈 굴리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세간의 지적도 있지만 기업 대출 기능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은/장창민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