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에 경차 시장 확대
3월 내수 판매량 중형차 바짝 추격


국내 경차 시장이 커지고 있다. 기아차 모닝과 레이, 쉐보레 스파크가 그 주인공. 배기량 1000cc 미만 경차는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총 2만268대가 팔려나가 최고 인기 차급인 중형차 판매(2만720대)마저 위협하고 있다.

3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내수시장에서 경차 3개 차종은 전년 동기(3만5846대)보다 43% 증가한 총 5만1542대 판매됐다. 지난해 말 '미니 CUV' 레이가 가세하면서 경차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당초 업계 안팎에선 신차 레이가 가세하면 기존 경차 시장을 양분해온 모닝과 스파크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모닝과 스파크 판매는 예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쉐보레 스파크의 경우 올 1분기에 1만4197대가 판매돼 전년 동기(1만379대)보다 36.8% 증가했다.



경차는 1분기에 중형차급 판매량(5만9089대)에 근접했다. 경차는 3개 차종에 불과하지만 중형차는 현대 쏘나타와 i40, 기아 K5, 르노삼성 SM5, 쉐보레 말리부 등 5개 모델이다. 수적으로 보면 경차가 중형차 판매를 압도한 셈이다.

경차 삼인방은 베스트셀링카 아반떼 등 5개 모델이 포진한 준중형 차급(1분기 4만2921대) 판매도 넘어섰다. 이제 경차는 과거 '작은차'로 외면받던 시절을 지나 국산차 핵심 차종으로 성장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경차 판매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ℓ당 2050원(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 3일 기준)을 넘는 고유가로 인해 최근 소형차 판매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산 대표 소형 차종인 현대차 엑센트는 지난달 2843대가 팔려 전달보다 19.9% 증가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경차의 판매 증가 요인으로 '고급 옵션의 하향 평준화'를 꼽았다.

김 교수는 "실제로 레이나 모닝에 좋은 옵션들이 달려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경차도 더 이상 거부감 없이 편하게 생각하는 것" 이라며 "이런 추세가 장기간 지속되려면 정부가 경차 지원을 늘리고 자동차 업계들이 경차 종류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소형차 판매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 전체 시장을 바라볼 때 정상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앞으로 중간 크기 차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가 양극화돼 자동차 시장도 양극화될 수 밖에 없다" 면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선 차의 크기를 과다하게 의식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장기적으로 경차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정훈·이지현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