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을 찾은 SK하이닉스가 이번엔 일본 엘피다 메모리의 주인이 되겠다고 나섰다.

2일 증시전문가들은 하이닉스가 경쟁업체였던 일본 엘피다 메모리의 인수전에 참여는 '전략적 판단'이라며 이에 따른 우려가 지나치다고 진단했다.

실제 투자자들의 우려는 인수전 참여 소식이 퍼진 이후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지난주 하이닉스의 주가는 엿새 만에 3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30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10% 빠진 2만9250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31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엘피다 1차 입찰에 미국 마이크론과 일본의 도시바, 한국 SK하이닉스가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달 말 2차 공개 입찰 이후, 5월 초 인수 우선업체가 선정될 예정이다.

하이닉스의 인수전 참여는 '잃을 게 없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송종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가 엘피다의 인수에 뛰어들었다"며 "도시바와 마이크론 등의 엘피다 인수전 참여를 뒷전에서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일종의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또 기업실사라는 실리적인 이유도 인수전 참여의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김형식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엘피다 실사에 참여해 경쟁사를 벤치마킹 할 수 있다"며 "입찰경쟁을 통해 엘피다 시장가치를 올려 회사가 헐값에 경쟁사에게 넘어가지 못하게 하기 위한 방법도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엘피다 장비 및 지분을 인수해 규모의 경제에서 포지셔닝을 키우는 등의 숨은 전략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실적으로 인수 성사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판단이다.

박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일본정부나 여론의 반대 가능성이 매우 높고 기존에 하이닉스가 영위해온 D램 사업과 비교할 때, 사업구조나 고객기반 면에서 유사해 합병 시너지(상승 효과)가 미미하다"며 "하이닉스의 엘피다 인수 가능성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인수 절차 진행에 따라 주가가 빠지면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 연구원은 "(엘피다 인수 과정은) 수많은 시나리오가 존재하기 때문에 하이닉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향후 엘피다 파산보호 신청 뉴스에 따라 주가는 변동폭이 커질 수 있으나 중장기 펀더멘탈에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주가 하락시 매수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인수 추진 가능성은 낮더라도 의향서를 제출한 이상 시장의 할인요인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하이닉스의 기술력이 엘피다에 앞서 있고 당장 설비 확충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엘피다 인수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그러나 의향서를 제출한 이상 시장의 디스카운트는 상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