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강들 'New 미얀마' 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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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인프라 원조 경쟁…EU, 2265억원 지원…인도, 항만 건설
NLD 최소 41석 확보
군부지배력 벗어나기엔 한계
NLD 최소 41석 확보
군부지배력 벗어나기엔 한계
“역사적 선거가 치러진 날이었지만 놀랄 만큼 조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한 1일 미얀마 양곤의 분위기다. 사실상 첫 번째 민주적 선거를 통해 민주화의 상징으로 불리는 아웅산 수치가 당선됐지만 분위기는 차분했다는 것이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압승을 거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NLD가 45개 선거구 가운데 최소 41개에서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2일 보도했다. 수치는 이날 선거 결과에 대해 “미얀마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선언했다.
◆수치 제도권 합류, 민주화는 대세
이번 선거를 계기로 미얀마의 민주화 등 개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해용 주미얀마 한국대사는 “NLD가 40석 이상을 차지하면 역대 야당 중 가장 많은 의석 수를 확보하게 된다”며 “수치가 갖고 있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NLD 의회 진출의 파괴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회를 군부가 장악하고 있긴 하지만 제1야당의 위상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김 대사는 또 “50여년간의 군부 독재를 경험한 미얀마 국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강하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며 “선거 후 개혁·개방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WSJ도 “수치가 제도권으로 흡수된 만큼 국민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며 “과거처럼 미얀마 민주화의 흐름이 후퇴하는 일은 일어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치가 이끄는 NLD가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상·하원 의석 664석 중 군부가 차지한 의석이 83%에 달하기 때문이다. NLD가 44석을 확보하더라도 7%에 불과하다. 의회가 군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의미다.
◆중국과 미국의 격전장으로
워싱턴포스트는 “미얀마의 민주화가 시작되면서 미국, 중국 간의 패권 경쟁도 막이 올랐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민주화가 국제적으로는 중국과 미국의 패권 다툼을 촉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얀마는 그동안 중국의 홈그라운드나 다름없었다. 가장 많이 투자했고 정치적 영향력도 막강했다. 중국 입장에서 미얀마는 인도양으로 진출하는 관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민주화의 진전과 함께 미국이 적극적으로 변했다. 미얀마도 서방과의 외교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작년 12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미얀마 방문이 계기가 됐다. 당시 중국은 관영매체를 통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려는 행위라고 미국을 비난하기도 했다. 미국은 미얀마 경제제재 해제와 함께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금융기구들의 미얀마 지원을 허용했다. 현재 미국 석유개발업체 유노컬도 프랑스 토탈과 미얀마 해상 천연가스 개발에 공동으로 참여 중이다.
중국은 미얀마에서 입지가 약해지자 투자를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중국은 최근 미얀마와 자국을 잇는 가스·석유 파이프라인 건설과 관련된 원조계획을 발표했다. 또 각종 사업과 관련된 토지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학교와 병원도 지어주기로 했다. 미국과 중국의 미얀마를 둘러싼 패권 경쟁은 격화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아시아의 마지막 남은 미개척지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은 미얀마 대통령과 각료들에 대한 비자 발급 금지를 해제하는 등 제재를 완화했다. 또 올해부터 2년간에 걸쳐 1억5000만유로(2265억원)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인도는 미얀마에 항만을 건설할 예정이다. 전력케이블 공장 건설과 송전선 설치에도 총 8400만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