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화폭으로 전하는 봄기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QR코드 찍으면 지난 그림도 볼 수 있습니다
▶QR코드 찍으면 지난 그림도 볼 수 있습니다
서양 그림은 사물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을 미의 이상으로 쳤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만을 진리로 여긴 합리주의의 당연한 결과였다. 동양 문인화는 그와 반대였다. 송나라 때의 시인 소동파는 사물을 그대로 베끼는 건 어린아이나 하는 짓이라고 했다. 사물의 껍데기가 아닌 본질을 그려야 한다는 얘기였다.
말이 쉽지 이런 경지에 아무나 도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자연의 본성을 올바로 이해하고 그 법칙에 순응할 줄 아는 자만이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문인화란 그림 그리는 양식이 아니라 정신적 경지를 표현하는 그림이다. 따라서 그 답은 하나일 수 없다. 시대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재해석돼야 옳다.
남천(南天) 송수남(73)은 그런 동양의 문인화 정신을 오늘의 시대정신에 걸맞게 재해석해온 작가다. 그의 문인화는 단지 수묵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현대 서양화의 단골 재료인 아크릴로 화려한 색채를 구사하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는다. 그저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형상과 재료에 얽매이지 않고 무위(無爲)의 유희로 돌아간다. 봄 들판의 ‘꽃’도 그의 붓끝을 통해 개체로서의 꽃이 아닌 마음의 꽃으로 피어나 우리에게 화사한 봄기운을 전해준다.
이 작품은 중림동 한경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미술 봄의 향기’전에서 만날 수 있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QR코드 찍으면 지난 그림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