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칼 든 몸짱 발레리노들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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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스파르타쿠스' 주역 5인
13~15일 예술의전당서 공연
13~15일 예술의전당서 공연
지난달 27일 오후 국립발레단 연습실. 창과 방패가 허공을 휘젓고, 쿵쾅쿵쾅 발구르는 소리가 요란하다. 토슈즈를 신은 가녀린 몸매의 발레리나는 저만치 뒤로 물러나 있다. 대신 박력 있는 점프와 늠름한 걸음걸이의 발레리노들이 칼을 빼든 채 연습실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발레리노들의 로망이자 남자 발레의 정수로 꼽히는 ‘스파르타쿠스’ 연습 장면이다.
13~1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발레 ‘스파르타쿠스’는 ‘발레=여성적’이란 편견을 부수는 작품이다.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명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대작 중 하나다. 2001년, 2007년에 이어 세 번째 국내 공연이다. 이 작품은 자주 공연되지 않는다. 남자 무용수 31명이 한꺼번에 무대에 오르는 데다 안무가 어렵고 무대장치의 스케일도 커서다.
영화와 TV시리즈물로도 만들어진 ‘스파르타쿠스’는 로마 공화정 말기 3년여에 걸친 검투사 노예들의 반란을 다룬다. 노예 반란군 지도자 스파르타쿠스와 로마군 장수 크라수스의 대결이 백미.
자유를 갈망했던 비극적 영웅 스파르타쿠스와 욕망에 사로잡힌 왕 크라수스 역으로 맞대결을 펼칠 5인의 발레리노를 만났다. 스파르타쿠스 역의 발레단 중역 이영철(33) 정영재(27) 이동훈(25)과 크라수스 역의 신예 김기완(22) 이재우(20)다. 국립발레단 내 형과 동생들의 대결이기도 하다.
“체력 소모가 많아 매일 하늘이 노래지는 경험을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들 다섯은 지친 모습에도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스파르타쿠스의 애인 프리기아 역은 김지영 김주원 김리회가, 간교한 창녀 예기나 역은 이은원 박슬기가 맡는다.
초연에선 객원 무용수로, 2007년 공연 땐 크라수스 역을 맡아 세 번째 스파르타쿠스 무대에 서는 맏형 이영철 씨는 “이건 체력전이다. ‘지젤’ 공연 끝에서 느끼는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희열을 ‘스파르타쿠스’에서는 한 장면마다 느낀다. 다리가 풀리지 않게 체력 안배를 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공주를 가운데 두고 뱅뱅 돌던 발레리노들인데, 이제 공주님들이 우릴 쫓아다닌다”며 즐거워했다.
무릎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정영재 씨는 “러시아 유학 시절부터 수십 번씩 DVD를 돌려 보던 작품이라 진통제를 맞고라도 무대에 설 것”이라며 “아람 하차투리안의 음악은 강렬하면서도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갖고 있어 3막 아다지오에서는 매번 울컥한다”고 했다.
스파르타쿠스를 표현하기 위해 파마 머리로 헤어스타일을 바꾼 이동훈 씨는 “피부가 하얗고 창백한 데다 웃는 상이라서 노예 역할이 어울리지 않을까봐 걱정했는데 이제 좀 어울리는 것 같다”며 “체력 소모가 많아 시도 때도 없이 먹었는데도 살이 6㎏이나 빠졌다”고 말했다.
발레단 형들을 노예로 만들고 결국 죽여야 하는 역할을 맡은 동생들의 심경은 어떨까. 김기완 씨는 “영철 형의 눈빛만 극복하면 된다”며 “크라수스가 용맹하고 멋지게 등장해 노예 스파르타쿠스와 대결해야 하는데, 카리스마 넘치는 영철 형을 마주보면 자꾸 시선이 다른 곳으로 간다”며 멋쩍게 웃었다.
키 196㎝로 발레단 최장신인 이재우 씨는 “친한 사람들끼리 대적하고 싸우는 게 처음엔 영 어색했지만 이젠 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감정 몰입이 잘 되다가도 막바지에는 누가 바닥에서 잡아끄는 것인지 힘이 나오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들은 요즘 서로 연습 장면을 보며 “멋지다”는 감탄사를 한마디씩 던져가며 응원하곤 한다.
장신의 후배들을 상대역으로 맞은 스파르타쿠스들은 “캐스팅 발표 때 상대역으로 이재우만 아니면 된다고 했는데 장신 두 명(김기완의 키도 186㎝)이 딱 걸렸다”면서도 “하드웨어가 뛰어난 동생들을 제압하기 위해 카리스마 있는 연기와 노련함으로 승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스파르타쿠스와 크라수스가 동시에 꼽는 명장면은 어디일까. “1막 끝날 때 노예의 반란 장면, 2막 승리의 춤은 남자들이 중심이 된 웅장한 군무라 정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멋질 거예요. 크라수스가 맨 처음 등장해 로마군을 지휘하는 장면은 백미 중의 백미이고요. 3막에서 스파르타쿠스가 창에 찔리는 모습도 놓치지 마세요.” 금 오후 7시, 토~일 오후 3시·7시 30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5000~10만원. (02)587-6181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13~1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발레 ‘스파르타쿠스’는 ‘발레=여성적’이란 편견을 부수는 작품이다.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명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대작 중 하나다. 2001년, 2007년에 이어 세 번째 국내 공연이다. 이 작품은 자주 공연되지 않는다. 남자 무용수 31명이 한꺼번에 무대에 오르는 데다 안무가 어렵고 무대장치의 스케일도 커서다.
영화와 TV시리즈물로도 만들어진 ‘스파르타쿠스’는 로마 공화정 말기 3년여에 걸친 검투사 노예들의 반란을 다룬다. 노예 반란군 지도자 스파르타쿠스와 로마군 장수 크라수스의 대결이 백미.
자유를 갈망했던 비극적 영웅 스파르타쿠스와 욕망에 사로잡힌 왕 크라수스 역으로 맞대결을 펼칠 5인의 발레리노를 만났다. 스파르타쿠스 역의 발레단 중역 이영철(33) 정영재(27) 이동훈(25)과 크라수스 역의 신예 김기완(22) 이재우(20)다. 국립발레단 내 형과 동생들의 대결이기도 하다.
“체력 소모가 많아 매일 하늘이 노래지는 경험을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들 다섯은 지친 모습에도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스파르타쿠스의 애인 프리기아 역은 김지영 김주원 김리회가, 간교한 창녀 예기나 역은 이은원 박슬기가 맡는다.
초연에선 객원 무용수로, 2007년 공연 땐 크라수스 역을 맡아 세 번째 스파르타쿠스 무대에 서는 맏형 이영철 씨는 “이건 체력전이다. ‘지젤’ 공연 끝에서 느끼는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희열을 ‘스파르타쿠스’에서는 한 장면마다 느낀다. 다리가 풀리지 않게 체력 안배를 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공주를 가운데 두고 뱅뱅 돌던 발레리노들인데, 이제 공주님들이 우릴 쫓아다닌다”며 즐거워했다.
무릎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정영재 씨는 “러시아 유학 시절부터 수십 번씩 DVD를 돌려 보던 작품이라 진통제를 맞고라도 무대에 설 것”이라며 “아람 하차투리안의 음악은 강렬하면서도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갖고 있어 3막 아다지오에서는 매번 울컥한다”고 했다.
스파르타쿠스를 표현하기 위해 파마 머리로 헤어스타일을 바꾼 이동훈 씨는 “피부가 하얗고 창백한 데다 웃는 상이라서 노예 역할이 어울리지 않을까봐 걱정했는데 이제 좀 어울리는 것 같다”며 “체력 소모가 많아 시도 때도 없이 먹었는데도 살이 6㎏이나 빠졌다”고 말했다.
발레단 형들을 노예로 만들고 결국 죽여야 하는 역할을 맡은 동생들의 심경은 어떨까. 김기완 씨는 “영철 형의 눈빛만 극복하면 된다”며 “크라수스가 용맹하고 멋지게 등장해 노예 스파르타쿠스와 대결해야 하는데, 카리스마 넘치는 영철 형을 마주보면 자꾸 시선이 다른 곳으로 간다”며 멋쩍게 웃었다.
키 196㎝로 발레단 최장신인 이재우 씨는 “친한 사람들끼리 대적하고 싸우는 게 처음엔 영 어색했지만 이젠 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감정 몰입이 잘 되다가도 막바지에는 누가 바닥에서 잡아끄는 것인지 힘이 나오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들은 요즘 서로 연습 장면을 보며 “멋지다”는 감탄사를 한마디씩 던져가며 응원하곤 한다.
장신의 후배들을 상대역으로 맞은 스파르타쿠스들은 “캐스팅 발표 때 상대역으로 이재우만 아니면 된다고 했는데 장신 두 명(김기완의 키도 186㎝)이 딱 걸렸다”면서도 “하드웨어가 뛰어난 동생들을 제압하기 위해 카리스마 있는 연기와 노련함으로 승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스파르타쿠스와 크라수스가 동시에 꼽는 명장면은 어디일까. “1막 끝날 때 노예의 반란 장면, 2막 승리의 춤은 남자들이 중심이 된 웅장한 군무라 정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멋질 거예요. 크라수스가 맨 처음 등장해 로마군을 지휘하는 장면은 백미 중의 백미이고요. 3막에서 스파르타쿠스가 창에 찔리는 모습도 놓치지 마세요.” 금 오후 7시, 토~일 오후 3시·7시 30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5000~10만원. (02)587-6181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