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金배지' 입맛만 다신 中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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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덕 중기과학부장 nkduk@hankyung.com
300만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 빌딩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지근거리에 있다. 중기중앙회가 여는 각종 행사에 거물 ‘금배지’들과 고위 관료들이 몰려오는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인들은 이번 총선에서 정치권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공천에서 크게 물을 먹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두 당이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 가운데 당선권에 배정받은 중소·벤처업계 인사는 새누리당 강은희 IT여성기업인협회장(47)이 유일하다. 그나마 강 협회장 역시 여성 몫이 크게 작용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중소기업인 출신은 거의 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空約에 그친 중기인 공천
중소기업인들은 지난 2월1일 중기중앙회를 찾은 조동성 새누리당 인재영입분과위원장이 “불과 500m 거리인데, 50년이나 걸렸다”며 “중소기업인을 영입하러 온 게 아니라 모시러 왔다”고 몸을 낮춘 기억이 새로울 것이다. 당시 조 위원장은 “기업의 99%는 중소기업이고, 근로자의 88%는 중소기업인”이라는 덕담도 던졌다.
지역구 공천에서도 중소기업인들은 중용되지 않았다. 문용식 나우콤 대표는 경기 고양을 민주통합당 공천에서 3위로 탈락했으며, 박상일 파크시스템 대표(벤처기업협회 부회장)는 당초 새누리당 강남갑 후보로 전략공천받았지만 과거 저서가 문제가 돼 취소됐다. 중소기업계는 “정치권 요청에 따라 국회 입성을 기대했는데, 전혀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며 실망스러워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승격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고,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신설하는 등 중소기업을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공천 결과는 엉뚱하다.
왜 그럴까. 한 중소기업인은 “중소기업 살리기나 양극화 해소를 위해 힘쓰겠다는 말과는 달리 (중기인들이) 결국 구색맞추기를 위한 들러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후보마다 중소기업 공장을 찾아와 사진을 찍자고 난리지만 그게 전부다. 이젠 더 이상 새삼스럽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위상 높이는 길 고민해야
중소기업은 우리 산업지형도에서 보면 ‘샌드위치’ 신세다. 골목상권에서 사생결투를 벌이고 있는 소상공인 및 글로벌 강자들과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는 대기업 사이에 있다. 샌드위치에 있는 만큼 정체성도 모호하다. 지금은 소상공인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한다지만, 대기업과도 시장관(觀)이 크게 다르지 않다. 중기중앙회가 거래 불공정, 시장 불균형, 제도 불합리 등 이른바 ‘3불(不) 문제’ 해결을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도 법치주의, 시장경제 원칙에 다름아니다.
그래서 기자는 중소기업인들이 이번 총선에서 물먹은 게 다행이라고 본다. ‘일엽편주’로 흔들릴 게 뻔한 원내에서보단 밖에서 더 큰 목소리로 ‘합창’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의 공격대상이 된 대기업도 챙기지 못하는 법치주의의 방벽을 쌓아올리고, 자립이 곤란한 소상공인들의 눈물을 닦아줄 대안을 ‘성공 스토리’를 갖고 있는 선배로서 내놔야 한다. 머리를 곧추세우는 벤처기업의 방향타가 돼주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 중소기업인들은 그럴 ‘말발’이 있다. 샌드위치 신세는 서럽지만, 위 아래 부끄럽지 않게 살아오지 않았나. 금배지보다는 구슬땀이 더 소중하다.
남궁덕 중기과학부장 nkduk@hankyung.com
그러나 중소기업인들은 이번 총선에서 정치권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공천에서 크게 물을 먹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두 당이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 가운데 당선권에 배정받은 중소·벤처업계 인사는 새누리당 강은희 IT여성기업인협회장(47)이 유일하다. 그나마 강 협회장 역시 여성 몫이 크게 작용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중소기업인 출신은 거의 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空約에 그친 중기인 공천
중소기업인들은 지난 2월1일 중기중앙회를 찾은 조동성 새누리당 인재영입분과위원장이 “불과 500m 거리인데, 50년이나 걸렸다”며 “중소기업인을 영입하러 온 게 아니라 모시러 왔다”고 몸을 낮춘 기억이 새로울 것이다. 당시 조 위원장은 “기업의 99%는 중소기업이고, 근로자의 88%는 중소기업인”이라는 덕담도 던졌다.
지역구 공천에서도 중소기업인들은 중용되지 않았다. 문용식 나우콤 대표는 경기 고양을 민주통합당 공천에서 3위로 탈락했으며, 박상일 파크시스템 대표(벤처기업협회 부회장)는 당초 새누리당 강남갑 후보로 전략공천받았지만 과거 저서가 문제가 돼 취소됐다. 중소기업계는 “정치권 요청에 따라 국회 입성을 기대했는데, 전혀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며 실망스러워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승격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고,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신설하는 등 중소기업을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공천 결과는 엉뚱하다.
왜 그럴까. 한 중소기업인은 “중소기업 살리기나 양극화 해소를 위해 힘쓰겠다는 말과는 달리 (중기인들이) 결국 구색맞추기를 위한 들러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후보마다 중소기업 공장을 찾아와 사진을 찍자고 난리지만 그게 전부다. 이젠 더 이상 새삼스럽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위상 높이는 길 고민해야
중소기업은 우리 산업지형도에서 보면 ‘샌드위치’ 신세다. 골목상권에서 사생결투를 벌이고 있는 소상공인 및 글로벌 강자들과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는 대기업 사이에 있다. 샌드위치에 있는 만큼 정체성도 모호하다. 지금은 소상공인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한다지만, 대기업과도 시장관(觀)이 크게 다르지 않다. 중기중앙회가 거래 불공정, 시장 불균형, 제도 불합리 등 이른바 ‘3불(不) 문제’ 해결을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도 법치주의, 시장경제 원칙에 다름아니다.
그래서 기자는 중소기업인들이 이번 총선에서 물먹은 게 다행이라고 본다. ‘일엽편주’로 흔들릴 게 뻔한 원내에서보단 밖에서 더 큰 목소리로 ‘합창’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의 공격대상이 된 대기업도 챙기지 못하는 법치주의의 방벽을 쌓아올리고, 자립이 곤란한 소상공인들의 눈물을 닦아줄 대안을 ‘성공 스토리’를 갖고 있는 선배로서 내놔야 한다. 머리를 곧추세우는 벤처기업의 방향타가 돼주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 중소기업인들은 그럴 ‘말발’이 있다. 샌드위치 신세는 서럽지만, 위 아래 부끄럽지 않게 살아오지 않았나. 금배지보다는 구슬땀이 더 소중하다.
남궁덕 중기과학부장 nkdu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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