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감세로 '강남3구 기업' 강북 이전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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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세제개편 용역 발주
취득세·재산세 50% 감면…해당구 "세수 급감" 강력 반발
행안부 "아직 협의 없었다"
취득세·재산세 50% 감면…해당구 "세수 급감" 강력 반발
행안부 "아직 협의 없었다"
서울시가 2014년부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있는 기업이 다른 구로 본사를 이전하면 취득세와 재산세를 50% 감면해 주는 재정적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10·26 재보궐 선거 때 공약으로 내걸은 ‘강남북 균형발전’ 대책의 일환이다.
지금까지 수도권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재정혜택을 주는 경우는 많았지만 같은 광역지방자치단체 내에서 옮길 경우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해당 자치구는 “말도 안 되는 정책”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향후 추진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서울시, “기업이 옮겨야 균형발전 가능”
시 세제과 관계자는 1일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해선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들이 발전된 곳에서 낙후된 지역으로 옮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2014년부터 강남3구에서 다른 구로 본사를 이전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취득세를 50% 감면하고, 이후 5년간 재산세 50%를 감면하겠다는 게 시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과밀 억제를 위해 수도권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할 때 부여하는 재정 인센티브 혜택의 절반을 주겠다는 것이다.
시는 이 계획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 ‘서울시 자치구 간 균형발전을 위한 세제개편’ 용역 발주를 낼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용역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강남3구뿐 아니라 기업들이 많이 몰려있는 영등포구, 중구도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10년 말 기준으로 종업원 100인 이상 기업이 가장 많은 곳은 강남구로 925개에 달한다. 이어 △서초구(514) △영등포구(410) △중구(403) △송파구(299) 순이다. 반면 가장 적은 곳은 강북구로 강남구 기업 수의 4.6%인 43개에 불과하다.
시 관계자는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해선 이전 기업들에 대한 재정 인센티브 효과가 미미해선 안 될 것”이라며 “취득세·재산세 감면뿐 아니라 업종별 추가 세제 혜택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시의회와 협의해 조례에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할 방침이다.
○자치구, “이분법적 시각으로 보지 말라”
해당 자치구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해당 자치구의 기업이 다른 곳으로 옮기면 구청에 납부하던 법인분 재산세가 줄어들면서 구 재정이 직접 영향받기 때문이다.
A자치구 관계자는 “시가 강남북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에만 매몰돼 말도 안 되는 정책을 준비한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시가 제2도심을 만들겠다며 테헤란로 등 강남권 개발에 매달릴 때가 엊그제인데 (시장이 바뀌니) 완전히 정반대 정책을 내놓는다”고 지적했다.
B자치구 관계자도 “서울 도심 개발은 업종을 고려해 권역별 클러스터를 집중 육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현실을 무시한 채 강남북 균형발전이라는 이상적인 목표에만 매달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자치구 관계자는 “이미 인프라가 갖춰진 상황에서 기업들이 쉽사리 이전하려고 하겠느냐”며 “막대한 재정 인센티브가 부여되지 않는다면 기업들의 이전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행정안전부 지방세정책과 관계자는 “서울시로부터 이 계획에 대해 아직까지 들은 바가 없다”며 “향후 추진과정을 지켜보면서 법적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