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는 'S'(남아공) 붙인 것 뿐"< IHT>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방의 세계경제 독점 구조를 깰 수 있는 신흥 경제국의 정책 모임으로 주목받던 이른바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이렇다 할 성과도 없자 한계론이 나오고 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29일자에서 브릭스 정상들이 인도 뉴델리에서 제4차 정상회의를 갖지만 지금까지 이룬 뚜렷한 성과라곤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인 것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브릭스에 참여하는 중국과 인도, 러시아, 브라질, 남아공 등 5개국은 최근 성장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개별국가로서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구가하는 국가 대열에 포함돼 있고, 세계경제에 대한 영향력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내부의 경쟁 관계와 모순으로 합의된 목표나 행동을 도출하지 못함으로써 정책모임으로서는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브릭스라는 용어는 골드먼 삭스의 경제학자 짐 오닐이 2001년 처음으로 사용했다.

당시에 이미 러시아와 인도, 중국 등을 묶은 릭(RIC)이라는 개념이 90년대 초반부터 사용되고 있었지만 브라질까지 넣어 '브릭(BRIC)'을 제시했다.

그는 브릭이 신흥경제국으로서 세계경제 정책결정 과정에서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현재 13조달러에 가까운 경제규모가 10년 안에 배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브릭 국가들은 2009년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본격적인 정치블록화를 시도했다.

미국과 유럽이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충격에 허덕이던 상황으로 특히 제3세계 국가들로부터 서방의 국제통화시스템 독점구조를 깰 수 있는 체제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브릭스 국가들은 출범 때부터 세계은행에 필적할 새로운 개발은행 창설을 논의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선출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으나 후보를 내지 못했으며, 세계은행 총재 후보에 대한 입장도 정리하지 못했다.

이란 핵문제에 대한 대응이나 인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등 정치문제에서도 한목소리를 내는 데 실패하고 있다.

이는 회원국 간에 정치, 경제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도와 브라질, 남아공은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이미 브릭스 내에서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민주주의에서 유리돼 블라디미르 푸틴 통치로 예속되고, 중국은 브릭스 회원국 중 경제적으로는 가장 강력한 지도자급 국가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권위주의적인 국가인 점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국외자로 머물고 있다.

또 중국과 인도가 수십년간 국경분쟁을 해소하지 못하고 군비경쟁을 하면서 서로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는 것도 브릭스의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국제경제-경영학과의 황야셍 교수는 "브릭스는 정책모임이 전혀 아니다"면서 "(브릭스 정상회담은)사진이나 찍고 헤어지는 행사"라고 혹평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브릭스 정상회의가 중국과 중국에 상품을 공급하는 국가들의 모임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남아공을 브릭스 회원국으로 가입시키려 적극적으로 로비하던 시점이 중국 국영기업들이 아프리카 천연자원을 구입하려고 시도하던 때와 일치하는 것도 이런 시각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