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이른바 ‘금연부대’를 운영하면서 소속 장병들에게 금연을 일률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이런 의견을 강원도지역 육군 A부대장에게 전달하고, 흡연을 이유로 징계처분을 받은 병사들을 원상회복시킬 것을 권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A부대 소속 B상병은 “지휘관이 부대 내 흡연자 450명에게 ‘금연서약서’를 작성하게 하고, 이를 어기고 흡연할 경우 징계처분을 내리는 등 금연을 과도하게 강요하고 있다”며 지난 1월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A부대는 국방부가 지난해 지정한 육·해·공군의 22개 금연부대 중 한 곳으로, 금연부대로 선정되면 극히 일부 흡연구역을 제외한 부대 전 지역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다. 지휘관을 비롯한 모든 장병이 금연을 시도해야 하고, 6개월 뒤 장병 흡연율이 5% 이하로 떨어지면 성공 판정을 받게 된다.

A부대 측은 전 부대 금연조치는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을 근거로 했고, 금연 교육과 홍보 등을 통해 장병들이 스스로 동참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또 금연 지시를 위반한 장병에 대한 징계는 국가공무원법 및 군인복무규율 등을 따라 내려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권위는 그러나 △A부대 소속 장병들이 거의 예외없이 금연서약서를 작성·제출한 점, △금연서약을 어길 경우 벌금을 걷거나 위반사항을 가족에게 통지한 점, △흡연을 이유로 징계위를 열어 해당 병사에 대한 징계처분을 내린 점 등을 볼 때 금연이 장병들의 자발적 의사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생활관과 무기고 등 금연이 필요한 장소뿐 아니라 부대 전 지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는 과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장병들이 흡연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헌법상 자기행동결정권 및 사생활의 자유에서 파생되는 기본적 권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날 국방부장관에게는 금연부대 운영실태를 파악하고, 부대 지휘관들이 금연조치를 강제적으로 시행하지 않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