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경쟁입찰 땐 대기업ㆍ中企 `윈윈'"

국내 대기업집단이 수의계약으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비율이 88%에 달해 중소기업들이 고사하는 만큼 진입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안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29일 오전 팔레스호텔에서 롯데 이인원 부회장, 최원길 현대중공업, GS 서경석 부회장, 한진 서용원 대표이사, 한화 신은철 부회장, 두산 이재경 부회장 등 6개 그룹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김 위원장은 "10대 그룹이 동반성장 문화 정착을 위해 대ㆍ중소기업간 공정거래협약 체결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줘 고맙다.

대기업들이 한국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왔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우리 대기업에 대한 비판과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세계적 현상으로서 자본주의에 대한 자기성찰과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자본주의와 대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ㆍ발전하려면 기업활동에서 불공정 경쟁을 일으키는 요소를 찾아내 제거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불공정한 경쟁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사례로 `계열사간 일감몰아주기'를 꼽았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를 보면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몰아주는 비율이 무려 88%에 달한다.

내부거래가 많으면 독립 중소기업은 경쟁에 참여할 기회조차 봉쇄당하고 결국 설 땅을 잃게 된다"고 비판했다.

대기업에 진입 장벽이 구축되면 유망한 중소기업이라도 구조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워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10대 그룹이 경쟁입찰 확대를 통해 독립 중소기업에 사업기회를 개방하는 방안을 이날 마련한 것은 높이 평가했다.

공정한 경쟁시스템을 구축해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모델을 만들어 가는데 이바지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은 "10대 그룹의 광고ㆍSIㆍ물류ㆍ건설 분야의 내부거래액이 18조원에 달한다.

상당한 물량이 경쟁입찰을 통해 중소기업에 개방된다면 역량있는 중소기업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우수한 중소기업이 많아지면 궁극적으로 대기업이 혁신과 성장을 지속하는 데도 든든한 인프라가 구축될 것으로 낙관했다.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사의 거래 상대방 선정에 관한 모범기준을 이날 제정ㆍ발표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들이 거래 상대방을 선정할 때 도움이 될 만한 모범사례를 제시하는 만큼 모든 기업집단이 널리 활용해달라. 산업계 전반에 모범기준이 확산하면 한국경제의 공생발전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진출에도 많은 국민이 우려하는 만큼 대기업과 영세 자영업자 간 상생도 고려해달라고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