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추가 통화 정책 기대감이 재점화되면서 금융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26일(현지시간) 전미기업경제협회(NABE) 컨퍼런스에 참석해 "고용시장 개선을 위해 적절한 통화 정책이 여전히 필요하다"라고 발언했다. 이날 미국 뉴욕증시는 1% 이상 상승했다.

미국발(發) 훈풍에 코스피지수도 27일 오전 11시 현재 0.69% 오르고 있다. 최근 상승세를 지속하던 원·달러 환율도 소폭 하락해 달러당 1137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 비춰볼 때 미국 중앙은행의 경기 부양 기조가 여전히 굳건해 올 2분기 중 불태화 정책 등 추가 통화 정책이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는 6월에 종료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장기국채를 매입하고 단기국채를 매도하는 것)를 대신하기 위해 Fed는 올 2분기에서 3분기 초 사이에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연장하거나 불태화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불태화 정책은 미국 중앙은행이 통화를 발행한 뒤 모기지 채권이나 미국 국채를 매입해 시중 자금을 역리포와 정기 예금으로 흡수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장기 금리를 떨어뜨리면서도 물가 압력을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이달 초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차 양적완화의 대안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이 연구원은 "아직까지 미국의 주택시장이 부진해 모기지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위험할 수 있다"라며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물가 인상 등을 우려해 경기 부양책을 조기 철수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이를 의식, 일침을 가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버냉키 의장은 1930년대에 미국이 시장의 돈을 조기에 회수하면서 이중 침체에 빠졌던 과거를 가장 경계하고 있다"라며 "이 경우 미국은 더이상 쓸 수 있는 정책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또 "2013년에는 미국이 재정을 축소시키기로 이미 결정해 그 이전에 경제 회복 자생력을 키워놔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 팀장도 "최근 고용지표가 꾸준히 개선세를 나타냈지만 버냉키 의장은 그정도 수준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2분기 중 미국이 불태화 정책 수준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추가 통화정책의 논의 및 시행 시기는 미국 경제 지표의 발표 수준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조 팀장은 "미국 중앙은행은 추가 통화정책을 4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부터 논의해 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만약 그 이전에 미국 경제 회복의 관건으로 여겨지는 주택 경기가 호전된다면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미국 주택 지표와 함께 다음달 초에 나오는 3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 ADP취업자 변동, 실업률 등을 확인할 것"을 권했다.

박승진 삼성증권 연구원과 이 연구원은 6월 FOMC에 보다 무게를 뒀다.

박 연구원은 "최근 발표되고 있는 미국 경제 지표들이 나쁘지 않고 4월에 미리 경기 부양 카드를 공개해버리면 나중에 섣불리 거둬들이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6월이 보다 유력하다"라고 점쳤다.

이 연구원도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6월까지는 지속되기 때문에 4월보다는 6월이 추가 정책을 논의하기에 더욱 적절해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실업률이 다시 오르거나 주택 지표가 악화되는 등 이상 조짐이 나타나면 미국 중앙은행은 그 이전에라도 추가 정책 시행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