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직접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올 들어 나스닥지수가 3000선을 돌파하는 등 미국과 유럽 증시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해외 ‘알짜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이에 비해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설정액이 3년8개월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투자자들이 직접투자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펀드 수익 반토막…운용사 못믿어

◆해외 증시 급등이 배경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거래금액(매수·매도 합계)은 22억382만달러로 집계됐다. 전달보다 199.8% 늘었고 지난해 월평균 9억8200만달러와 비교해도 2배 넘게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26일 현재 20억9200만달러가 거래돼 월간 기준으로 지난 2월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거래금액은 2009년 97억5100만달러에서 2010년 125억3000만달러로 늘었다가 지난해 117억8700만달러로 줄었지만 올 들어 다시 급증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해외 증시가 연초부터 급등한 것이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 투자에 나서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2000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하면서 올 들어 20% 가까이 상승했다.

민성현 삼성증권 신사업팀 과장은 “미국 경제 회복세가 지속되고 유럽 재정위기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해외 주식 투자가 늘었다”며 “미국 증시에서는 애플 웰스파고 등 정보기술(IT)주와 금융주, 유럽 증시에서는 에르메스 등 명품주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많다”고 말했다.

◆해외 펀드 환매 ‘차라리 직접투자’

해외 주식형 펀드가 실망스러운 성과를 낸 것도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 직접투자에 나서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기준 상위 10개 해외 펀드 모두가 지난 1~2년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설정액 1위 해외 펀드인 ‘신한BNPP 봉쥬르차이나 2A’는 1년 수익률이 -14.3%, 2년 수익률은 -7.0%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3일 기준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30조76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였던 2008년 7월1일(60조9851억원)과 비교해 절반으로 줄었다.

◆대장주 위주 투자가 바람직

해외 증시가 올 들어 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해외 주식에 투자할 때는 국내 주식에 투자할 때보다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내 기업보다 해 외 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관련된 소식을 신속하게 얻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국내외 시장의 시차 때문에 시의적절하게 매매 결정을 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유승호/임근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