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나무에 새긴 현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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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각가 송진화 씨 개인전
고졸한 고택 마당이나 산속에 나뒹구는 나무토막에도, 절간의 해우소와 도심 놀이터에 이름없는 나무줄기에도 생명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목조각가 송진화 씨(49·사진)는 산이나 들에서 직접 주워온 나무토막에 생명의 이미지를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곧 썩어 없어질 나무들에 스토리를 입히면 생명의 숨소리가 이어진다”며 “예술은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것에서도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얼굴 윤곽이 보이는 송씨의 목조각에는 이 시대를 힘겹게 사는 여성들이 공감할 만한 사연들이 녹아 있다. 여러 형태로 깨진 소주병에 걸터 앉아 있거나, 날이 서 섬뜩한 식칼 위에서 서커스를 하듯 서 있거나 무슨 고민에 빠져 있는 듯 웅크려 앉아 있기도 하다. 자신의 몸보다 더 커 보이는 예쁜 강아지를 업고 걸으며, 천사처럼 공중을 날고, 하늘을 보며 ‘하하하’ 웃기도 한다.
“내 작품은 유행가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처음엔 낡고 더러운 버려진 나무를 반복해서 깎고 다듬다 보면 연분홍빛 속살을 드러내며 숨을 쉬게 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전시는 스토리텔링을 접목해 한 편의 연극처럼 꾸몄다”며 “여성들이 작품을 보고 세상을 살아낼 수 있는 힘과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아내와 엄마로서의 역할 때문에 자신의 욕구를 참을 수밖에 없는 많은 여성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여성들의 일상에서 쌓일 수밖에 없는 한을 굿으로 털어내듯이 조각 작업으로 승화했다는 얘기다. 그는 “아직 청년 작가”라고 말할 정도로 미술계 데뷔가 늦었다. 세종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뒤 곧바로 결혼해 10여년간 화실을 운영하면서 평범한 생활인으로 살았다. 그러다가 나이 마흔에 목조각에 도전했다. 2007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작품이 팔리면서부터 주목받았다.
‘열꽃’을 주제로 내달 1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에는 ‘따끈따끈’ ‘하하하’ ‘또 다시 봄’ ‘똥밭에 굴러도’ ‘살아내기’ ‘솟아라 날개’ 등 유행가 가사처럼 쉬운 제목을 붙인 55점이 나와 있다. (02)725-102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목조각가 송진화 씨(49·사진)는 산이나 들에서 직접 주워온 나무토막에 생명의 이미지를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곧 썩어 없어질 나무들에 스토리를 입히면 생명의 숨소리가 이어진다”며 “예술은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것에서도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얼굴 윤곽이 보이는 송씨의 목조각에는 이 시대를 힘겹게 사는 여성들이 공감할 만한 사연들이 녹아 있다. 여러 형태로 깨진 소주병에 걸터 앉아 있거나, 날이 서 섬뜩한 식칼 위에서 서커스를 하듯 서 있거나 무슨 고민에 빠져 있는 듯 웅크려 앉아 있기도 하다. 자신의 몸보다 더 커 보이는 예쁜 강아지를 업고 걸으며, 천사처럼 공중을 날고, 하늘을 보며 ‘하하하’ 웃기도 한다.
“내 작품은 유행가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처음엔 낡고 더러운 버려진 나무를 반복해서 깎고 다듬다 보면 연분홍빛 속살을 드러내며 숨을 쉬게 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전시는 스토리텔링을 접목해 한 편의 연극처럼 꾸몄다”며 “여성들이 작품을 보고 세상을 살아낼 수 있는 힘과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아내와 엄마로서의 역할 때문에 자신의 욕구를 참을 수밖에 없는 많은 여성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여성들의 일상에서 쌓일 수밖에 없는 한을 굿으로 털어내듯이 조각 작업으로 승화했다는 얘기다. 그는 “아직 청년 작가”라고 말할 정도로 미술계 데뷔가 늦었다. 세종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뒤 곧바로 결혼해 10여년간 화실을 운영하면서 평범한 생활인으로 살았다. 그러다가 나이 마흔에 목조각에 도전했다. 2007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작품이 팔리면서부터 주목받았다.
‘열꽃’을 주제로 내달 1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에는 ‘따끈따끈’ ‘하하하’ ‘또 다시 봄’ ‘똥밭에 굴러도’ ‘살아내기’ ‘솟아라 날개’ 등 유행가 가사처럼 쉬운 제목을 붙인 55점이 나와 있다. (02)725-102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