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40㎜ 전쟁'…하루 수백번 고쳐
지난 23일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 타이어를 잘라 만든 고무조각 수백장이 책처럼 쌓여 있다. 타이어 무늬와 두께, 재질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흡사 ‘타이어 해부실’을 방불케 한다. 이곳에서 올해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2관왕을 차지한 타이어가 나왔다.

금호타이어가 개발한 ‘엑스타 LE스포츠’다. 타이어 옆면에 학의 형상을 새겨넣은 이 제품은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에 속하는 ‘독일 iF’와 ‘레드닷’의 제품디자인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박동주 금호타이어 PC개발담당 상무는 “워크아웃으로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룩한 성과”라며 “심미성을 충족하는 동시에 최적의 성능을 구현하도록 디자인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천편일률적인 검은색 원형 타이어에 무슨 특별한 디자인이 있을까. 이재문 금호타이어 선임연구원은 “소비자들이 보기에 똑같아 보이지만 빗살 무늬 하나에도 과학이 숨어 있다”고 설명했다. “타이어 제작의 첫 번째 단계는 패턴 디자인이에요. 도로와 맞닿는 부문에 새긴 무늬가 타이어 성능의 70%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과정이죠.”

이 작업에는 디자이너와 연구원, 엔지니어가 모두 투입된다. 처음 도안한 패턴이 설계 검증, 성능 테스트 과정에서 변형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타이어에서 디자인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부문은 가로 200㎜, 세로 40㎜ 정도. 이 사각 패턴 60~70개가 이어져 노면과 바퀴의 접지면인 트레드를 구성한다. 안전과 성능이 우선인 만큼 디자인에도 제약이 많다. 유정선 연구기획팀장은 “40㎜를 위해 하루에도 수백번 그림을 고치고 시뮬레이션한다”며 “길을 걸을 때도 타이어를 보느라 허리를 숙여 연구원들이 새우등이 될 정도”라며 웃었다.

금호타이어는 고성능 타이어 외에 전기차용 타이어도 개발 중이다. 이미 2002년 현대차가 시범으로 내놓은 싼타페 연료전지차에 타이어를 공급했다. 현재 르노삼성의 전기차 ‘Z.E’, 기아차 ‘소울’ 기반의 전기차, GM 마티즈급 소형 전기차에 들어갈 타이어를 개발하고 있으며 전용 브랜드 출시도 계획 중이다.

‘런 플랫(run flat)’ 타이어에도 투자하고 있다. 펑크가 나도 최대 80㎞/h의 속도로 100㎞ 정도를 갈 수 있는 타이어다. 공기압이 감소해도 형상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기술력을 요구한다. 금호타이어는 1999년 국내 최초로 런플랫 타이어를 출시해 국내 업체 중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연내 공급을 목표로 BMW와 신차용 타이어 계약을 추진 중이다.

금호타이어의 목표는 미국 IDEA상까지 수상해 디자인 3관왕을 달성하는 것이다. “수상 이후 회사 분위기가 많이 밝아졌어요. 전기차, 항공기용, 친환경 등 특수 분야에서는 금호타이어가 최고의 기술력을 갖췄다고 자부합니다. 꾸준히 신제품을 개발해 예전의 위상을 되찾을 겁니다.”

광주=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