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공항 옆에 마련된 BMW 드라이빙 익스피어리언스 행사장. 지난 14일(현지시간) 이곳을 찾은 전 세계 기자단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BMW의 고성능 모델인 M3가 6대나 도열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는 BMW의 신형 3시리즈와 M3의 주행 성능을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신형 3시리즈로 와인딩 코스 주행을 마친 참석자들은 M3 쪽으로 이동했다. ‘M3’ 로고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고 루프는 카본 파이버로 덮혀 있었다. 볼록 솟은 보닛과 4개의 배기구는 얼마나 강한 엔진이 탑재돼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아직 다운사이징의 영향을 받지 않은 8기통 엔진은 420마력의 최대출력을 뿜어냈다.
'BMW M3'의 괴력, 독일에서 직접 체험해 보니…민첩한 핸들링·부드러운 가속 '짜릿'
최고속도는 시속 330㎞였으며 rpm 계기반은 일반 3시리즈의 7500rpm을 한참 넘어선 9000rpm까지 뻗어 있었다. 마니아들이 이 차에 열광하는 이유는 도로를 달리는 세단 가운데 레이싱카에 가까운 성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M3가 달릴 도로는 물에 젖어 있었다. 노면과의 마찰이 적어야 드리프트를 쉽게 할 수 있고 타이어 마모도 적기 때문이다. 강사가 시범을 보이자 M3는 굉음을 내며 원을 그렸고 이내 미끄러지듯 뒷바퀴가 돌고 차량을 밀어내면서 드리프트를 했다. 배기음은 컸지만 겉으로 보기에 차의 움직임은 날래면서도 안정돼 보였다.

이어 기자들이 직접 드리프트에 나섰다. 하지만 “정말 쉽다”는 강사의 말과 달리 한두 명을 빼고는 차가 이리저리 돌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핸들을 돌리는 시점을 잘 찾고 이를 재빠르게 실행에 옮겨야 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드리프트를 시도하면서 자연스레 M3의 강한 출력과 민첩한 핸들링, 단단하면서도 우수한 승차감을 제공하는 서스펜션 등을 경험할 수 있었다.

BMW의 M은 1979년 BMW 모터스포츠 사업부에서 일반도로용 차량에 모터스포츠의 기술을 적용한 ‘M1’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첫 M1은 직렬 6기통 엔진에 227마력으로 456대를 한정 생산했다. ‘M’은 모터스포츠의 첫 글자를 딴 BMW의 자회사다. 설립 초기에는 모터스포츠 참가를 위해 머신 제작을 하고 레이싱에 참가하는 형태였지만 일반인들을 위한 M 승용차 제작도 함께 이뤄졌다.

M 역사상 가장 성공한 모델로 평가받는 M3의 첫 번째 버전은 1986년에 등장했다. 이후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BMW의 발전한 모터스포츠 기술이 적용되면서 뛰어난 고성능과 주행 안전성으로 포르쉐와 같은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의 경쟁자로 떠올랐다.

BMW DTM 팀 소속 선수가 기자들을 옆에 태우고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하는 순서도 마련됐다. DTM은 ‘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스’의 약자로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 BMW 등이 우승컵을 놓고 연중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유럽의 대표적인 레이싱 경기 중 하나다. BMW는 이 대회에 M3로 참가하고 있다.

차는 출발하자마자 드리프트를 하며 큰 원을 몇 번 그린 뒤 굉음을 내며 오른쪽 끝으로 내달렸다. 그곳에서 급회전을 한 뒤 반대쪽 끝으로 내달리면서 급격하게 방향 전환을 하는 등 차는 행사장 곳곳을 누비며 극한의 성능을 뽐냈다. 겨우 2~3분 정도의 시간이었지만 내릴 때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BMW는 뮌헨에서 북동쪽으로 65㎞ 떨어진 란츠후트 공장에서 장인들이 DTM의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이곳에서 엔진 실린더헤드와 크랭크케이스 등을 만든다. 높은 성능의 레이싱카용 엔진을 제작한다. 란츠후트 기술 역량센터는 BMW그룹의 향후 엔진용 부품 개발을 위한 원형센터의 역할도 한다.

BMW 관계자는 “F1 머신용 엔진과 달리 DTM 경기용 엔진은 1~2회 경기만 아니라 전체 시즌을 견뎌내야 한다”며 “BMW M3 DTM의 8기통 엔진은 경기 동안 약 1만1000rpm과 2000도의 고온에 견뎌야 하기 때문에 엔진 기술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뮌헨=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