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밤, 700여명의 관객들은 전자 바이올린 소리에 귀와 눈과 마음의 문을 열었다.

한경닷컴이 주최하고, 스마프프러션이 주관한 유진박 콘서트 ‘JUMP’가 23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학교 새천년홀에서 화려하게 펼쳐졌다. 한동안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시련을 겪은 유진박은 2011년 상반기 새로운 둥지를 찾아 다시 한 번 도약중이다. 이번 공연은 그의 성공적인 재기를 보여준 자리였다.

유진박과 협연하는 그룹인 밴드 마루의 흥겨운 노래로 공연의 막이 올랐다. 드럼, 베이스, 키보드, 일렉 기타의 조화가 관객들의 흥을 돋우었다. 유진박의 인생이 담긴 영상이 흘러나왔고, 관객들은 그의 등장을 한마음으로 기다렸다. 유진박이 모습을 드러내자 곳곳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유진박은 ‘Abraxas’로 공연을 시작했다. 이 곡은 자신의 앨범인 '노스탤지어' 미니앨범에 수록돼 있다. 유진박은 영어와 서투른 한국어를 구사하며 관객들에게 인사말을 했다. 자신의 미니앨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이어 엘비스 프레슬리의 곡으로 유명한 ‘Hound Dog’로 연주 내내 관객들의 흥겨운 박수를 유도했다. 유진박의 재밌는 퍼포먼스도 볼 수 있는 연주였다.

세 번째 ‘Rito Dela Noche’는 분위기를 바꿔 재즈의 세계로 관객들을 빠져들게 했다. 그는 봄비가 내리는 듯 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숨죽이며 연주에 빠져든 관객들 사이로 전자 바이올린이 내는 마찰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유진박의 무르익은 연주 솜씨로 달아오른 공연장은 전자 바이올린과 가야금이 만난 곡, ‘강원도아리랑’이 울려퍼질 때 절정에 달했다. 25현의 가야금과 전자 바이올린이 서로 대화를 나누듯 소리를 주고받으며 익숙하고도 낯선 음색을 표현해냈다.

유진박을 응원하기 위한 지원군도 등장했다. 테너 김정훈은 ‘섬집아기’와 ‘You Raise Me Up’을, 바리톤 샹송가수인 고한승은 ‘My Way’와 ‘10월에 어느 멋진 날’을 불러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그 사이 옷을 갈아입고 한층 더 밝은 모습으로 등장한 유진박은 ‘Zigeunerweisen’과 ‘Blue Sky’로 후반부 공연을 이끌어갔다. 유진박은 ‘Blue Sky’에 대해 평화를 상징한다는 곡 설명을 직접 덧붙여 애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가야금과 바이올린 연주가 어울린 ‘강원도 아리랑’에 이어 또 한 번의 콜라보레이션도 있었다. 락과 클래식의 만남, ‘Hora Staccato’를 통해서였다. 이어 ‘In the mood’와 ‘애국가’까지 유진박 콘서트는 절정을 향해 쉼 없이 내달렸다. 가야금 연주자 임상민, 황혜진, 테너 김정훈이 유진박과 모두 함께 무대에 올라 마지막 곡 ‘애국가’로 웅장한 모습을 연출했다.

메인 곡을 모두 마치고 유진박이 무대 뒤로 사라지자 관객들은 아쉬운 마음으로 연신 앵콜을 외쳤다. 무대 위 조명이 켜지고 유진박이 힘찬 걸음으로 다시 관객 앞에 섰다.

앵콜곡 ‘Hip Hop’에서 유진박은 “I‘ve got the power” 노랫말을 직접 외치며 여전히 자신이 건재함을 표현하는 듯 했다. 그의 대표곡 ‘Dramatic Punk’ 역시 전성기 시절의 유진박을 떠올리게 만들며 재기의 성공을 알렸다.

유진박의 2012년 첫 콘서트 ‘JUMP’는 끝났지만, 정상을 향한 그의 점프(발돋움)는 계속된다. 아름다운 부활을 꿈꾸는 그가 날개를 달고 승승장구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경닷컴 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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