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등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 5단체는 지난 22일 이례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정치·경제 상황에 대한 경제계의 입장’이란 성명서의 골자는 “포퓰리즘에 젖은 공약을 남발하지 말고 대기업에 대한 근거없는 비판을 자제하라”는 것이었다. 칼을 쥔 정치권에 을(乙)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재계가 이렇게 강한 목소리를 낸 것은 드문 일이다. 대기업 때리기와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해 표를 얻으려는 포퓰리즘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방증이다.

사실 정치권의 이번 총선 공약엔 이해할 수 없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민주통합당은 기업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 뻔한 출자총액 제한을 내걸었다. 300인 이상 기업은 의무적으로 고용인원의 3%에 해당하는 인원을 청년층으로 신규채용토록 강제할 예정이다. 투자는 줄이고 고용은 늘리는 마술을 선보이라는 주문이다. 최저임금도 평균임금의 50%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기업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선 언급조차 없다. 민주당은 한발 더나아가 특정경제범죄처벌대상이 되는 기업인은 아예 집행유예조차 못 받도록 하고, 대통령의 사면권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가중처벌을 하겠다는 이 생각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법의 기본원리조차 무시하는 것이다.

경제 5단체장이 “제발 기업을 괴롭히지 말라”고 발표한 22일 아침 모건스탠리는 한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이 3.3%로 작년 7월 예측치보다 1.1%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영국 정부는 같은 날 법인세를 4%포인트 깎겠다고 발표했다. 대기업 때리기에 열중하는 한국과 달리 기업의 투자의욕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잘나가는 한국 기업의 적(敵)은 한국 내부의 발목잡기”라고 지적했다. 파괴하고 부정하는 오도된 열정이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