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학교측과 재단 이사회가 기부금 편법운용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숙명여대는 15년간 지속되온 재단법인의 기부금 편법운용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를 둘러싼 내부갈등이 수면위로 드러났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5년간 685억원의 대학 기부금을 재단 전입금처럼 위장해온 숙명여대 이사회의 재단운영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이사장직 해임통보를 한지 6일 만에 숙명여대 재단인 숙명학원의 이용태(79) 이사장이 전날 한영실(55) 총장을 전격 해임했다.

이 같이 학교측과 재단 이사회간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재학생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김혜숙 숙명여대 총학생회장은 "학교와 재단간의 알력다툼에 진정한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재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권 챙기기에만 급급한 이들이 학교운영을 맡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총학생회는 오는 30일에 열리는 전체 학생총회를 성사시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 후 구체적인 대책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올해 선출되는 이사진과 총장 선임과정에서 학우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총학생회는 전날 재단문제 관련 삭발식을 진행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숙명여대 사태를 바라보는 졸업생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졸업생 최모 씨(27)는 최근 벌어진 모교의 사태와 관련 배신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는 "등록금이 비쌌지만 학교재단의 재정적 기반이 약한것으로 생각하며 감내해왔다"며 "재학 당시에는 존재조차 희박한 재단이 학교운영에 사용되는 동문들의 후원금을 그런 식으로 활용했는지 몰랐다"고 전했다.

숙명여대 사태수습이 이루어지지 않고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학교측과 재단측의 알력다툼이 올해 예정인 총장선거와 맞물려 벌어진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전임총장인 이경숙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의 임기가 마침 올해 종료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사로서 재단에서 입김을 발휘하고 있는 '이 총장이 다시 총장직을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이사회에서 총장서리로 임명한 구명숙교수는 이경숙 전 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있다.

한편 학교 측은 이사회의 한영실 총장해임 처분에 즉각 반발하며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한 상태다. 학장·처장단은교내 발표한 성명을 통해 "학생들은 동요하지 말고 본업에 충실하고 이사회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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